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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0:33

핸드폰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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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누구보다 아끼는 큰 아이가 어제 핸드폰을 잃어버린 채 돌아왔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던 길에 어떤 청년이 핸드폰을 잠깐 빌리자고 했다 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을 꺼내주자 끝까지 안 돌려준 채 가지고 가 버
렸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큰 아이 체구가 작은 편이기도 하지만 현지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빤히 보면서 그냥 자기가 그냥 가지겠다며 안 돌려주는데 방법이 없었다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외지에서 현지인과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

핸드폰을 갈취당한 곳에서 경찰서가 불과 50m 떨어져 있었다. 평소 경찰서 뒤
로 난 골목길을 통해 조용한 아파트 사이로 잘 지나다니는데 누가 이런 약점을
이용한 것 같다(혼자 다닐 때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왜 이런 방법을 택해 남의 핸드폰을 가지고 갔을까. 러시아 핸드폰은 칩을 사
용한다. 따라서 훔치거나 뺏더라도 칩만 바꾸면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칩 값이래야 한국 돈 4000원도 채 안 간다. 그래서인지 핸드폰 도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문제의 청년은 아예 큰 아이 칩을 빼서 주고 갔다고 한다.

수개월 전에는 둘째가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했다. 친구와 집으로 오는 봉고 버스
를 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가까이 다가오기에 같이 타는 줄 알았다고 한다.
차가 출발한 다음에야 핸드폰이 없어진 걸 알았다고 한다. 이처럼 차가 막 출발
하거나 내릴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전차가 만원일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 핸드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핸드폰을 지키지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
되고 있다. 경제에 비해 핸드폰 값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유가 된다.
줄로 매어 어딘가 묶고 다니는 사람, 목에 건 채 옷 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 아예
안주머니에 넣거나 가방 속 깊이 넣고 다니는 사람, 경보 장치가 작동되도록 하
고 다니는 사람- 그야말로 별의 별 방법이 다 동원되고 있다. 자칫하면 전화를
걸고 있는 동안 들치기 당할 수도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큰 아이는 대학교 4학년이다. 러시아어도 유창하게 잘 한다. 핸드폰을 돌려달라
고 하자 <나 거지야, 이게 좀 필요해>라고 말한 후 하고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싸울 수도 없고 이미 상대방 손에 들어간 물품을 되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정말 어려운 형편이라면 우리가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자신을 믿고 핸드폰
을 준 친절한 외국인 학생 물품을 이런 식으로 빼앗아 가다니 방법이 잘못되었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쉽게 자기 물건을 주지 않는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 달라는
부탁도 서로 조심하게 된다. 대개 남녀가 같이 있으면 더 잘 믿는 편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을 먼저 주는 것이 상례이다. 특히 길가에 있는 매점
(키오스크)에서는 대부분 돈을 미리 주지 않으면 물건을 내 주지 않는다.

구두나 운동화 상점에 가 보면 한 짝씩 진열되어 있다. 누가 신고 달아날까봐 이
렇듯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친절하게 낯선 남자에게 핸드
폰을 빌려 준 큰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은 젊은이답지 못한 비겁한 태도이다.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은 이렇지 않다. 강대국 사람이라는 우월감이 있어서인지
양보도 잘하고 친절한 편이다. 한두 사람 때문에 서로 불신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어느 사회에서나 정도에서 벗어나는 계층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소수의 부류가
그 나라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국가 간에 공신력이 중요하다.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지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서둘러 저녁에 핸드폰을 사러 사
라 선교사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좀더 싼 핸드폰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래야 부담이 덜 될 것 같아 보인다.

거리에 눈이 쌓이고 영하의 썰렁한 날씨를 보였다. 시베리아의 찬바람보다
서로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더 큰 문제라 생각된다.
우리 가족은 러시아를 사랑한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랑하고 싶다.

사진설명- 시베리아에 처음 도착한 첫 해인 2000년 겨울 영하 47도까지 내려갔다.
휴교령이 영하 40도 정도에 내리는 탓에 영하 33도의 날씨에 큰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갔다. 이날 임시 휴교령이 내렸다 해서 학교앞에 있는
앙가라 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큰 아이의 당당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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