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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8 17:34

연보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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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3년 전의 일이다. 강남의 한 선배 목사님 교회 강도사로 있을 때였다. 이때 나는 주로 다른 일을 통해 수입을 얻고 교회는 거의 무급으로 봉사하고 있었다(비교적 힘들 게 보내고 있었다).
  주일 밤 예배를 끝내고 교육 전도사인 최전도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강도사님 0번 버스 오면 알려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아니, 눈은 뒀다 어디 쓸려구 글씨가 안 보이나?” 하자,
  “전 밤에 잘 안 보여요. 그나마 안경이 깨져서 더욱 안 보이네요.”

  부친은 일제 때 독립 투사로 활동하다가 목사님이 되었다고 한다. 목사님의 자녀로 태어나 열심히 신학 수업을 쌓고 있는 최 전도사가 안경이 없어 밤길을 잘 못가는 상황에 빠졌는데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그래, 저 친구를 어떻게 하던지 돌봐야겠다. 혹 취직이 되면 안경이라도 사 주어야지’    그래서 혹 조그만 것이라도 생기면 최 전도사에게 반을 덜어주었다.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 아이 엄마  영양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이따금 유산이 되기도 하고 임신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부자 동네라는 강남을 출입하는 전도사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마침 기독지혜사에서 편집부 사원을 뽑는다고 해서 입사시험을 거쳐 근무하기 시작했다.
  편집 팀에 있게 되면서 교정, 교열 그리고 문서 편집에 대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종일 매여 지내는 게 다소 힘들기는 했어도 모처럼 생활이 많이 안정되었다.
  때로는 어려운 친구를 조금씩 도울 수도 있었다.  마침내 월급을 받게 되어 최 전도사의 안경을 사주려고 하자 며칠 전에 누가 하나 사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미 약속한 돈이라 최 전도사에게 안경 값 만큼 주었다.

  며칠 후 최 전도사가 내게 인사를 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는 일
이 쉽지 않을 듯-
 “강도사님 사실 우리 집 딸 애가 손이 한쪽이 튀어나와 혹시 육손이가 될까봐 고민 중이었답니다. 강도사님 준 돈으로 X-ray를 찍었는데 괜찮다나 봐요. 이제 좀 마음이 놓여요. 고마워요.”  부모의 심정은 마찬가지 아닌가. 단지 돈이 없어 그만큼 어려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따금 무엇이 생기면 절반을 그의 집에 덜어주곤 했다. 교회에서 내 몫으로 성미를 주기에 나야 혼자였던 만큼 이또한 절반을 그 가정에 덜어주었다. 가난한 신학생의 삶을 위해 우리네 교회가 좀더 관심을 갖고 돌보아 주었으면 한다.
 
  어느 날 최 전도사 집을 찾아가자 부부 싸움을 한 듯 표정들이 안 좋았다.  모두 착하고 인물도 좋은 편이었는데 왜 이날 싸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아니, 사이좋게 잘 지내지 않구.”  하자, 최 전도사가 부인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십일조를 떼 두었는데 그만 아이 엄마가 연탄을 샀지 뭐예요.
  그래서  교회가기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럼 애기가 얼어 죽게 되었는데 불도 안 피고 살란 말예요.”
  최 전도사 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나 또한 할 말이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도 분명히 한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닌가- 
  주님을 위해 이처럼 고난을 감내해야 하다니-

  ‘교회가 십일조를 받는 것은 본래 레위족을 위한 것이 아닌가. 레위 족의 십일조는 아론 족 몫이라 했다. 그런데 십일조를 가져다가 다른 용도로 쓰고 정작 신학생은 이렇게 살아가야 하다니 -’  이 또한 큰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최 전도사 사례는 9만원 책정 되어 있는데 멀리 가난한 동네로 가서 방을 얻었음에도 월 임대료가 6만원이나 나간다고 했다.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더욱이 최 전도사가 재학 중인 개혁신학연구원은 주간이라 아르바이트도 쉽지 않았다.

  교회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도 혹 전도사 부인이 교회를 안 나가게 되면, 핀잔을 듣기도 했다. 사실 교회까지 갈 차비도 제대로 없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리 하나님을 잘 섬긴다 하더라도 사람이 땅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연보란 본래 여유가 있는 쪽에서 교회로 내어 부족한 형제의 삶을 도와주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십일조 역시 레위족을 위한 형제 사랑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십일조와 연보를 모아다가 다른 곳에서 쓰면서 가난한 전도사나 주위에 있는 가난한 개척교회 그리고 가난한 이웃 나아가 복음이 잘 전파되지 않은 선교지 영혼들을 돌보지 못한다면 성경 정신을 저바리는 것이 아닐까.

부자와 나사로에 나오는 부자와 같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나사로의 아픔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가진 자의 책임이 크다.

사진설명- 추운 시베리아 겨울에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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