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을 포기못한 선교사

by 이재섭 posted May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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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을 포기못한 선교사

글쓴이 : 이재섭 (195.239.202.250) 날짜 : 07-05-02 08:07 조회 :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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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 포기못한 선교사”란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시베리아에 7년 째 살고 있면서도 아직도 “푸른 잎을 포기못한 선교사”란 생각이 든다.

긴 겨울 동안 죽은 듯이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들-
풀 한 포기없이 눈과 얼음에 쌓인 땅- 이런 모습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지칠 때면 더욱 푸른 잎이 그립다. 집안에 있는 화초 몇 그루로 만족하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남들 앞에 푸른잎이 있는 나라를 동경하는 인상을 줄 수도 없고- 시베리아 선교사가 겪는 아픔의 하나라 생각된다.


봄이 한 달만이라도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봄이 오던 안오던 우리는 시베리아에 살아가야 한다.

때로는 4월말에 접어들면서 나무들이 조금씩 순을 내기 시작한다. 봄이 빨리 오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시베리아에 온 첫해 겨울에는 5월 초에도 모든 나무들이 죽은 듯이 순을 내지 않고 있었다.   가족 모두 푸른 풀과 나뭇잎이 보고 싶은가 보다. 막내인 기성이가 5월이 되어도 나무들이 그대로 있자 “아마 봄이 안 올 모양이다.” 하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일년 중 4-5개월 정도 나뭇잎을 볼 수 있어 한국인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한국으로치면 1년 중 7-8개월이 겨울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집안에 화초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척 꽤 비싼 편이어서  우리 형편에 화분을 갖추는 것이 무리해 보였다. 나중에 작은 화분 몇 개를 구했지만 봄 분위기를 낼만큼은 안되는 것 같다.

러시아에 신앙의 자유가 주어진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 사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러시아 땅으로 찾아들었고 지하교회가 지상으로 부상해 주님을 마음껏 찬양할 수 있었다. 정말 주님의 큰 역사요 은혜이다.

선교 초기에는 대부분 지하교회 성도가 교회로 찾아온 것이다. 지하교회 모임을 유지하다가 선교사와 만남을 통해 새로운 교회 형태를 지니기도 한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남부에 위치한 공식 인구 60만 정도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도시이다. 이곳엔 크고 작은 대학이 약 40여 개가 있어 학생이 10만 명이 넘는데다 유동 인구가 약 10만 명 정도로 보고 있어 결국 약 70 만 명이 넘게 거주하는 셈이다. 또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앙가라스키라는 30만명 정도 사는 위성도시가 있다. 조만간 이 두 시와 셀레호프라는 작은 도시를 묶어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661년에 이르쿠츠크가 생성된 이래 무려 346년이 흘렀다. 한때 알라스카까지 이르는 방대한 면적을 소유했었는데 지금은 남북한 약 4배 크기로 줄어들었다 한다.  이르쿠츠크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맑다는 바이칼 호수가 가까이 있다.

몽골과 중국을 잇는 기차 노선이 이르쿠츠크를 지나 모스크바까지 연결된다. 또 시베리아 횡단 철도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르쿠츠크 지역은 기독교인이 아주 적은 편이다. 우리가 이 도시에 와서 한때 그리스도인의 형장이었던 시베리아 땅에 이처럼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사실에 놀랐다.

다른 몇몇 도시에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더욱이 우리와 교류를 갖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르쿠츠크 주위에는 몇몇 미전도 종족이 있다. 선교사들이 사역 중인 곳도 있지만  복음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의 흩어진 도시들과 미전도 종족들은 금세기 땅 끝일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 전역이 아직 신자가 적은 편이지만 이르쿠츠크의 경우 도시의 긴 역사만큼이나 비교적 보수적인 지역인 탓인지 기독교 선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루하고도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이따금 TV에 풀과 나뭇잎이 난 지 역이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땅에 주님을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신앙의 봄을 기다릴 생각이다.

종교의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주님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자들도 저마다 봄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저들에게 무엇보다 신앙의 봄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5월이 시작되고 있다. 올해에는 다른 해에 비해 나무에서 순이 빨리 돋아나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예년에 보기 어려운 푸른 5월을 맞을 것 같다.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자연도 시절을 쫓아 싱그러운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르쿠츠크에 있는 한국인 크리스챤 간에는 아직 신앙의 봄이 오지 않고 있다. 먼 나라에서 와서 애써 나이든 목사를 피하려 드는 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렇게 한다 해서 자신의 일인자(?) 자리가 구축될 것인가. 그리스도인의 미덕은 겸손과 섬김에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이르쿠츠크에 와있는 크리스챤들또한 마음의 짐을 진 채 살아야 할 것 같다. 누가보아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 정직하고 겸허한 자세를 지닐 때 주위를 바로 바라보는 눈이 열리게 된다.

머지않아 수년 동안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가 풀릴 날이 있을 것이다. 참석을 하던지 안 하던지 피할 수 없는 대상은 처음부터 빼 놓은 채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자신들이 옳다는 생각은 정당하지 못하다.

신앙인이라면 진리 편에 서야 한다. 언제나 그리스도의 지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 지역에 와있는 한국인 크리스챤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 자리에서 만나야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텐데 이런 모임의 시간과 장소를 알려오지 않아 아직 관망 중이다.

 천사 홈 가족들이 섬기시는 교회와 가정위에 우리 주님께서 은혜와 복을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후원과 기도를 해 오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 러시아 침례교 이르쿠츠크 노회를 방문했다가 만난 목사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