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this page
조회 수 42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러시아 선교를 다녀온 이틀 후 청량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청량교회는 58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 4대 담임이셨던 고 박명수 목사님(합동 증경 총회장) 따님이신 박 에스더 권사님(아름다운 동행 발행인겸 편집인)께서 기은이 박사 과정 장학금을 (모금해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12년 전 청량교회 6대 담임으로 부임하신 송준인 목사님께서 아름다운 동행에 실린 기은이에 관한 글을 읽고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목사님의 초청으로 목사님 가족과 함께 식사와 교제 시간을 가졌습니다. 송 목사님은 명문대를 나오시고 남아공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총신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교회와 학교를 오가며 분주하고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사모님은 상담 전공이시고 딸도 심리 상담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성장기에 외국에서 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송 목사님과 대화 가운데 소천하신 어머니 권사님이 예천 출신이라는 말에 놀랐습니다. 신학교 1학년 재학 시절 일찍 떠나신 저희 어머님과 같은 고향인 셈입니다.



금요철야예배에 참석해 먼저 이기은이 10분 정도 간증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목사의 아들이었던  선교지에서의 성장과 아픔들(주로 외지에서 만난 한국 어른들로 인한 것임) 17세 때 경험한 주님과의 깊은 만남- 동생들을 돌본 이야기 등- 국을 떠나 카자흐스탄에서 약 3년 과 러시아에서 14년이 넘도록 살았음에도 한국어를 꽤 잘 구사해 저도 놀랐습니다. 이어서 이 선교사가 한 시간 정도 선교보고를 했습니다.


다음날 문자로 송 목사님과 어머님의 고향에 대해 자세히 알렸더니 한 동네 출신으로 세 살 터울로 밝혀졌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1921년 음력 2월 11일(양력 3월 20일 주일), 경북 예천군(전에는 예천읍) 보문면 미호리 김해 김씨 마을에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외가는 안동 권씨로 훈장 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여자 아이임에도 남자들 항렬에 맞춰 시(時)자와 현(賢)를 써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일제의 암울한 시절이라 어두움이 짙게 깔린 환경인데다 생모(친 할머니)가 딸 하나 남겨 놓고 그만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행복하게 자라났어야 어머님은 새로 시집 온 박씨(계모) 구박 속에 콩쥐팥쥐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시기라 하지만 학교는 근처에도 못가보고 식모처럼 온갖 궂은일을 다해야 했습니다. 자기가 낳은 딸이 아니라고 차별대우를 하다 보니 배다른 동생들이 많이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 때부터 차별을 느껴면서 자라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마을에 어머니보다 세 살 위인 여자 아이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한동네 같은 일가 집 아이라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로 청량교회 송 목사님 어머님이신 김필남 권사님입니다. 일찍부터 신앙가문을 송목사님 부친은 장남으로 부와 특권이 보장되었음에도 신앙의 자유를 찾아 서울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한 동네 언니뻘이었을 김 권사님은 1999년 소천하셨다고 합니다.



1940년에 들어서면서 일제는 소위 정신대 모집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대로 끌려갈 것을 우려한 부모는 서둘러 이웃동네에 사는 가난한 총각에게 시집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나무하러 갔다가 등을 다쳐 좀 굽은 상태입니다.

 둘째 아들이라 재산은 대부분 큰 집에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렇게 만나 아들만 계속 낳았습니다. 동족상잔이 일어나 피난길에 오른 부모님은 어린 두 아들과 갓 태어난 셋째 아들을 업고 피난길을 떠나 부산에 정착했습니다.



휴전이 성립되자 많은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땅을 대부분 집과 영악하고 부지런한 작은 아버지가 나누어 소유하고 있어 그냥 부산에 머물기로 하셨습니다. 훗날 아버지께서 내 고향에 논 한 마지기만 있었어도 돌아갔을끼다 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 얼마나 힘든 나날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갔다면 일찍부터 신앙생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만 일곱을 낳으셨습니다. 형님 한 분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일곱 남자아이를 열달 동안 품고 무사히 낳았던 것입니다. 저는 다섯 번 어머니 배를 빌려 태어났습니다. 성장배경은 앞에서 소개했기 때문에 어머니와 관련된 일부부만 다시 기록하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채 충청도 음성 시골에서 가까스로 연명만 하고 있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디서 커다란 괘종시계를 하나 주워 오셨습니다. 낡은 것이었지만 그런대로 쓸 만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벽에 걸어 놓자 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밤에 어머니께서 벽에 걸려 있던 괘종시계를 바라보시면서 지금 몇 시냐고 물으셨습니다.


  "엄마, 저 글씨가 안 보여요. 저렇게 큰데-” 하고 묻자,  어머니는 무안하셨던지 한참 망설이더니 대답하셨습니다. “글세..... 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아직도 글자를 모르지 뭐니.”


“엄마 그럼 답답해서 어떻게 살아요. 제가 가르쳐 드릴테니 오늘부터 글자 공부해요.”  “그럼 그러자꾸나.” 이때부터 저는 어머니의 선생님이 되어 밤마다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 노트 가운데 뒷장에 가가거겨가 나온 것이 있었습니다. "엄마, 따라해 보세요... 가갸거겨...."가갸거겨..."

어머니께서 똑똑한 탓인지 두 달 정도 지나자 한글 읽는 것은 물론 소리나는대로 글까지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이처럼 인생을 새롭게 할 수 있게 하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와 더욱 친해졌습니다.


예천 땅 시골 마을 미호리(일명 미을)에서 자라난 소녀들 아들이 목사가 되어 국내외에서 사역을 하고 있어 뜻깊게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송 목사님을 처음 만났지만  더욱 귀한 만남으로 느껴집니다. 선교사 자녀들이 자주 청량교회 청년들과 어울렸으면 하는 바라고 계셔서 틈나는 대로 참석하라고 말했습니다.






귀한 만남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은이 장학금을 위해 힘써 주신 박에스더 이사님(아름다운 동행)과 장학금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청량교회와 모든 협력교회와 후원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사진설명) 노숙자 행사에 참여한 이 선교사- 매주 금요일 민족사랑교회(노숙자쉼터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더 많은 일을 감당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 20년 전에 있었던 일 이재섭 2020.01.30 767
340 그리스도인의 양심의 자유 이재섭 2016.10.23 603
339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는 삶 이재섭 2014.11.22 1632
338 성도 중의 성도는 이렇게 삽니다/ 창골산 봉서방드림자료 이재섭 2014.10.01 1698
337 <임금님 귀는 당나귀다> 이재섭 2014.09.17 1896
336 [데스크 칼럼] 바벨탑 이재섭 2013.07.15 2319
335 거창고등학교 이야기- 울타리 없는 학교 이재섭 2013.06.23 2350
334 손양원 목사님의 감사기도 이재섭 2013.06.16 1987
333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나타나심 51 이재섭 2013.04.07 2912
332 그리스도의 오심에 대한 이해_ 6 file 이재섭 2013.03.25 2964
331 [목회칼럼] 시급한 차세대 선교 34 file 이재섭 2013.03.14 3491
» 특별한 만남- 한 교회 방문 2 file 이재섭 2013.02.19 4218
329 특별히 아름다운 인연..!! 3 file 이재섭 2013.01.24 3627
328 하나님의 뜻을 아는 방법 2 file 이재섭 2013.01.20 3455
327 축하의 글을 보내온 형제 어머니 권사님으로부터 온 편지- file 이재섭 2012.12.30 3654
326 축하드립니다. 6 이영재 2012.12.27 3609
325 우리 살아가는 날 동안 / 용혜원 목사님 시 file 이재섭 2012.12.19 3513
324 성탄절을 앞두고- 3 file 이재섭 2012.12.13 3263
323 데스크칼럼] 겨울 이재섭 2012.12.06 3100
322 박해를 견디고 자유를 얻은 교회 8 file 이재섭 2012.11.29 31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