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겨울나기

by 이재섭 posted Sep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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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스승



떨어지는 낙엽을 주웠습니다.
낙엽이 말을 합니다.
"놓고 얘기 합시다"



부대끼던 더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붉은 황홀의 시간이 오더니
열매를 만드느라 그렇게 몸살을 앓고
그렇게 내일을 만들었나 봅니다.

온몸이 붉어지도록
용을 쓰던 지난 나날들.
뽐내던 그 모습, 꺾이고 밟히며
다시를 위해 썩기를 청합니다.

인생의 스승이 되어
저물어가는 그 모습이 장엄합니다.

떨어져도 울지 않고,
밟혀도 소리치지 않고,

갈 길을 따라 져가는 낙엽.
이제 그대 이름을 당신이라 부르겠습니다.



당신의 모습
왜 이리 찬연 합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신의 그 모습대로 살아가겠습니다.

온몸으로 보여주는
당신은 진정 나의 스승이십니다.

- 소 천 -

 

**************

 

추석이 지나자마자 눈이 내리고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학교로 가는 찬미에게 영하 4도라고 알려주는 사라 선교사-

시베리아의 긴 겨울 동안 때론 실랑이를 벌입니다.

영하 20도-  영하 30도 때론 영하 35에도 학교를 가야 하는 자녀들- 

차량이 있어 학교까지 태워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닌만큼

옷차림이라도 한번 더 점검하고픈게 엄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이미 시베리아에서 살아온 지 여러 해 되다 보니 대충 옷입고

밖을 나서려는 자녀가 엄마의 걱정스런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결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될 시베리아 추위-

때론 창밖에 지나다니는 현지인 옷차림을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년 전 한국 유학생들이 저희 교회에 많이 출석할 무렵 이따금 심한

몸살 감기에 걸린 학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대부분 시베리아

추위를 얕보고 옷과 모자를 잘 챙기지 않은 탓에 발생합니다.   

 

온몸이 아려오고 특히 힘살 부분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시베리아 감기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다

큰 청년이 "엄마- 엄마- " 부르며 울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 약에 앞서 닭죽을 끓여가서 먹입니다.  영양 보충을 하고

사랑으로 돌보는 사이 점차 몸이 회복되어 갑니다.

그야말로 엄마의 사랑을 대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베리아 겨울은 9월에 시작하여 5월까지 계속됩니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기후입니다.

추위와 맞서지 말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빙판 길에 미끄러지지 않는 것 또한 겨울 과제입니다.

찬미는 작년 겨울에 한 차례 심하게 미끄러진 적이 있는데

이따금 통증이 오나 봅니다.

 

긴 겨울 동안 선교사 가족이 무사히 잘 지낼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를 당부합니다. 

 

<사진설명>  기은이가 8학년이던 2000년 겨울 영하 33도의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데려다 주러갔다가

                   임시 휴교령이 내려 사진만 한 장 찍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