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생소한 것 중의 하나가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 한국에서는 5월 8일이 어머니 날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5월 8일을 어버이 날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 날은 있는데, 아버지 날은 왜 없느냐?’는 아버지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어버이 날로 뭉떵거려 지키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Fater's Day 역시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손에 자란 한 여인이 아버지의 기일인 6월에 ‘어머니 날은 있는 데 아버지 날은 왜 없는가?’ 고민하다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후에 1916년 윌슨 대통령 때에 전 미국에서 이 날을 축하하게 되었고, 1972년 닉슨 대통령 때에 정식으로 국가적인 축제의 날로 제정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 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머니 날에 비해 아버지 날에 초라해 보입니다. 음식점이나 백화점의 매상도 엄청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권위
한자의 아버지 부(父) 자는 도끼와 칼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도끼를 가지고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가족이 거처할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칼을 가지고 가족의 안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과거 농경 시대에는 아버지의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 때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그다지 힘들고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버지는 삶의 지혜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녀들은 아버지에게서 배울 것이 있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것이 있었기 때문에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산업 정보 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줄어들고 제한적입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고 지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교육비와 주거비를 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기에도 힘에 버겁습니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힘이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돈을 어머니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해 언제나 외롭습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고 힘이 없어지면 갈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녀들에게 구박을 당하고 버림받는 아버지들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권위와 힘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십니다. 자녀에 대한 축복권이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야곱의 부인 라헬이 그토록 둘째 아들 야곱을 사랑했지만, 어머니가 야곱에게 장자의 복을 줄 수 없었습니다. 라헬은 야곱을 에서처럼 분장을 시켜서 아버지 이삭의 복을 받게 했습니다.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제 맘대로 이방 여인과 결혼을 한 에서도 아버지 야곱의 복을 받기 위해서 별미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가장으로서 자녀에 대한 축복권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야곱이 아버지 이삭의 복을 받고 난 다음에 야곱은 12 자녀를 두었습니다. 야곱이 임종을 앞두고 그 자녀들을 위해 축복하고 기도하는데, 아버지 야곱의 기도는 곧 자녀들의 운명이 되고 예언이 되었습니다. 야곱의 열 두 아들들이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가 되고 한 나라를 이루게 됩니다.
이민 사회에서 아버지 노릇 하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자녀들에게 비해 영어나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권위가 서지 않고 체면을 구길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에게 축복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가정의 제사장으로서 자녀들을 위해 축복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땅한 책임이요, 특권입니다.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기도는 곧 자녀들의 예언이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는 자녀들 앞에 언제나 당당할 수 있습니다.
하늘 우리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할 일은 잔소리를 그치고 자녀들을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잔소리하는 아버지는 싫어하지만, 자신을 인정하고 기도하는 아버지를 좋아하고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아버지를 통하여 자녀들을 축복하십니다. 우리가 성경적인 원리를 알면 절대로 아버지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원리를 알면 우리 아버지들은 자녀들 앞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유치원 꼬마들의 노래입니다.
오늘 6월 20일은 2010년 Father's Day입니다. 이 땅의 우리 아버님들 힘내세요. 하나님께서 우리 아빠들에게 자녀들을 축복할 권세와 능력을 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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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주년 기념탑 제막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