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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04:12

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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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저는 어릴 적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낚시란 할 일 없는 한가한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마냥 기다려야 하는 낚시가 조급한 저의 성격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낚시를 좋아하시는 목사님과 같이 뷔포드 댐 아래에서 송어 낚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분에게 낚시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분의 말씀에 따르면 송어 떼가 모이는 장소와 시간대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 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사용하여 낚시를 던지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날 저는 그 분이 말씀하신 낚시의 정석대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오래 기다리는 가운데 마침내 저는 난생 처음으로 월척을 낚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낚시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급하다고 물고기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물속에 뛰어들 수도 없습니다. 낚시는 분명 기다림의 미학(美學)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결론

고린전서 13장을 사랑장이라고 말합니다. 바울이 사랑을 정의할 때에 사랑의 시작과 결론을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로 시작해서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 끝이 납니다. 바로 사랑의 시작과 결론이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던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있어도 바라고 견딜 수 있습니다. 오래 참는 기다리는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그 만큼 자신이 있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오래 참고 기다리십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심이라’는 이 말씀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일일이 대꾸를 하지 않으시고 아직까지 기다리십니다. 수많은 이단이 생겨나고 이들이 도전을 하지만, 하나님은 오래 참고 계십니다. 그 만큼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시고, 또 여유가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도 역시 우리처럼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조바심은 빨리 유대교에서 인정받고 출세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바울은 기독교로 개종한 배교(背敎)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앞장을 섰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냉혹한 바울을 피해 도망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주님을 만나고 다음에 그는 오래 참고 기다리는 사랑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바울은 이제 죽이는 자가 아니라, 살리는 자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바울을 무서워하여 도망했지만, 이제는 바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그림자라도 밟으면 병이 낫고, 유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주님을 만나고 난 다음에 하나님의 오래참고 기다리는 사랑을 알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형제의 아픔을 돌아보는 자가 되었습니다. 풍부한데도 비천한데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룸을 믿었기 때문입니다(롬 8:28). 진정한 사랑은 참고 기다리는 가운데 시작됩니다. 사랑은 분명 기다림의 미학(美學)입니다.

기다림의 미학

우리 한국 사람들의 조급함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기 전에 먼저 짐을 챙기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분명 한국 사람들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과 같이 일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 말이 ‘빨리 빨리’입니다.

우리 한국인의 조급한 성격 때문에 초기 이민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미국 생활은 가는 곳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여러 가지 절차가 까다롭고 행정이 느리기 때문에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는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민생활의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참고 기다리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조급하게 무엇을 한꺼번에 다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이곳저곳 여행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것입니다. 미국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면서 기회를 보아야 합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의 시작도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 기다림이 기쁨을 줄 때도 있지만,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고통을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하나님께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신 것이기 때문에 이 기다림을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림의 미학(The beauty of waiting)을 배워야 합니다. 잠시 우리의 생각과 고집을 꺾고 잠잠히 하나님 앞에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기도했다면 응답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의 조급함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내 생각과 고집을 잠시 꺾어야 합니다. 우리가 조급하여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사랑이 없다는 말도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믿음의 선진들은 하나같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www.agape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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