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미국을 말할 때에 크레딧(credit) 사회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크레딧으로 직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크레딧이 나쁘면
되는 것이 없고 여러 가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크레딧 점수가 높으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고, 할인이
적용됩니다. 집을 사거나, 차를 살 때에도 이자율이 높지 않고 좋은 조건에 융자(loan)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크레딧 점수 관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아예 인터넷 창에 크레딧 스코어(credit core)를 알아보는
사이트가 있고, 크레딧을 교정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크레딧의 함정(Trap of Credit)
미국 생활의 어려움을 말할 때에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축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축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미국이 크레딧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저축을 해서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수입을 미리 정해 놓고 앞당겨 소비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좋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지고 싶은 소유욕이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기막히 시스템이 크레딧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순서가 앞뒤의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크레딧의 함정에 빠지면 소비가 늘어나게 됩니다. 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보다 용감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크레딧 시스템을 이용해 소비가 미덕(美德)인 것처럼 소비를 조장(?)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소비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의 빚쟁이 나라이기도 합니다.
카드 빚이 늘어나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이것이 올무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분들을 수없이 많이 봅니다. 더구나 사상 유례가 없는 금융 위기를 만나서 크레딧이 망가진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미국 생활에서 크레딧이 망가지면 여러 가지 낭패를 당하게 됩니다. 급할 때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일에도 장애가 되고, 형제와 이웃들도 외면하게 됩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크레딧 카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IMF 시절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때에 저는
기도하고 카드를 없애버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가위로 다섯 장의 카드를 잘라버리고 나니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가급적 크레딧 카드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크레딧 카드를 미리 쓰는 것은 마귀에게 속아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드 결제와 하나님의 결제
크레딧이 망가졌다고 크게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크레딧이 망가짐으로 주는 유익도 있습니다. 크레딧이 망가지면 급할 때에
크레딧 카드를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게 됩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완전히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크레딧 카드를 결제하는 것은 간단히 카드를 긁으면 되지만, 하나님의 결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때로는 금식하며 기도할 때도 있고, 눈물로 밤을 새우며 기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기도할 때에 하나님은 기가 막힌 수렁과 구덩이에서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십니다. 기도할 때에 주님은 지혜를 주시고, 돕는
손길을 만나게 하십니다. 기도 중에 주님은 우리의 길을 가르쳐 주시고 친히 앞장서서 우리의 갈 길을 인도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도움에는 보증인을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주님이 보증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도움에는 어떤
조건이 붙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빚쟁이가 아니시기 때문에 빚 독촉을 받을 염려가 없습니다. 연체 이자(late fee)가 붙지
않고 파산의 염려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원한 기업이 되며, 주님이 친히 우리의 크레딧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크레딧
제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에 여러 분들이 저에게 크레딧의 중요성과 크레딧 관리의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분들의
말씀이 ‘절대로 크레딧을 남에게 빌려주지 말아라. 심지어 형제간이라도 크레딧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리석게도 이분들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두 차례 제 이름으로 차를 사 준 적이 있습니다. 이 일로 저의 크레딧이 망가지고 곤란한
지경에 처했지만, 목사의 신분으로 이분들의 청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은 이 분들이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이것이 저의 경우만 아니라, 이 땅에 정착하면서 수많은 분들이 겪은 것들입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도 만난 이웃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정착하면서 알게 모르게 이웃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크레딧 점수가 중요한 만큼, 이웃에게도 인정받아야 하고, 주님 앞에서도 우리의 크레딧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크레딧이 완전히 망가졌지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로 크레딧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