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부부 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합니다. 그만큼 부부 사이에 싸움이 잦을 수 있다는 말도 되고, 또 부부 싸움은 요란하게 시작되지만, 대개 흐지부지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혹 부부 싸움을 한 뒤끝이 꽤 오래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금방 풀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박터지게 밤새 싸우다가도 날이 밝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밥도 짓고 출근도 합니다.
그러므로 부부싸움에 잘못 끼어들었다간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기 십상입니다. 대개의 경우 부부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아예 작정하고 갈라서려는 것이 아니라, 충돌을 통해 서로를 알고 또 조정해 가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기왕에 끝장을 내려면 굳이 요란하게 싸움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용히 보따리 싸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부부 싸움을 해 본 경험이 있고, 또 부부 싸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수없이 상담을 해왔습니다. 저의 경우 가능하면 부부를 불러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상담을 하러온 분들이 각자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전제하에 이것을 확인하러 오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지만, 부부 싸움이란 말린다고 해결이 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남을 말을 좀체 듣지 않으므로 좀 더 싸워서 갈 때까지 가야 해결이 나기 때문입니다.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의 부부 싸움
성경에도 부부 싸움을 한 이야기가 구약 아가서에 나옵니다. 바로 솔로몬 왕과 그의 왕비인 술람미의 싸움입니다. 술람미 여인이 침소에 찾아온 솔로몬을 물리치는 장면은 아마도 부부 싸움을 한 뒤끝인 것 같습니다(아 5:2-8). 이 일로 술람미 여인은 왕을 찾아 나섰다가 수치를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후에 부부 사이는 회복되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술람미란 ‘안동 댁’ 혹은 ‘전주 댁’이란 말처럼 지방 이름을 뜻한다는 주석도 있지만, 보다 정확한 주석은 솔로몬의 여성형 이름이 술람미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부귀영화가 술람미의 것이고 술람미의 생각이 바로 솔로몬의 생각입니다. 부부 싸움을 하기 전에는 서로를 잘 모르고 어색한 관계였지만, 부부 싸움을 통해서 갈등을 조정하고 난 다음에 이 여인은 진정한 솔로몬의 여자가 됩니다(아 6:19).
하박국과 야곱의 씨름
부부 사이에 갈등과 싸움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생활에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선지자 하박국 역시 이 문제로 괴로워했습니다. 어째서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이 득세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들이 괴로움을 겪어야 합니까? 하는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다가 하나님께 따지고 씨름을 합니다. 하나님과 씨름하면서 마침내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 2:4)는 확신을 얻고 난 다음에 하나님을 끌어안습니다(하박국이란 이름의 뜻은 ‘끌어안다’는 뜻입니다).
야곱의 이름은 속이는 자요, 발꿈치를 잡는 자란 뜻입니다. 야곱은 아비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를 속이고, 외삼촌 라반과 그의 부인들까지 속이면서 살아왔습니다. 야곱은 그의 이름대로 태속에서부터 형 에서의 발꿈치를 붙잡고 늘어진 자입니다. 브니엘에서 그는 하나님의 발꿈치를 붙잡고 놓지 않았고, 마침내 그의 이름을 바꾸고 인생을 바꾼 자였습니다(창 32:28).
전쟁과 평화
부부가 비록 매일 싸움을 할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까지 싸우고 씨름을 해서라도 결판을 내야 합니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갈등을 조정하고 완전한 부부의 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는 자신의 영혼과 자녀들의 운명까지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과 술람미의 이름의 뜻이 평화입니다. 부부 사이에 전쟁이 그치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권태기도 있고, 여러 가지 갈등과 유혹이 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밤을 새워 씨름하며 기도하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평생의 반려자를 속이고, 교회와 이웃을 속이는 생활을 청산해야 합니다. 하나님까지 속이려는 무모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하박국과 야곱처럼 결사적으로 하나님과 씨름을 해서라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살리라’는 결심을 할 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아가페선교교회(www.agapech.kr) 강진구 목사 컬럼
7월 3일자 The Atlant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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