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의 모 권사님으로부터 부활절과 성찬식에 대한 상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분은 제가 대치동에서 목회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가페 교회를 기도로 후원해 오신 분입니다. 이 분이 약 2만 명 정도가 모이는 큰 교회에 출석하시는데, 그 목사님은 강해설교로 유명한 분입니다. 강해설교를 하시는 목사님은 별도로 절기 예배 설교를 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 교회에는 지난 수년간 성찬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목사님께서 주일강해설교를 통해서 강해설교 집을 집필하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교인수가 많아지고, 주일 예배를 여러 차례 드리다보니 성찬식이 번거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권사님의 말씀이 최근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성찬식이 사라지는 교회가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저는 권사님의 전화를 받고 말로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외치지만, 결코 초대교회로 돌아갈 수 없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았습니다.
카타콤(Catacom)
313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기 이전에 초대 교회성도들은 로마의 박해를 피해 지하무덤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로마는 무덤을 신성불가침의 장소로 여겼기 때문에 무덤은 초대교회 성도들의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성도들은 무덤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그들의 종교의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지하 무덤을 카타콤(Catacom) 혹은 카타콤베(Catacombe)라고 합니다.
이곳의 흙은 손으로 쉽게 팔 수 있을 만큼 부드럽지만, 이후에 공기와 접촉하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지기 때문에 당시의 성도들은 지하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갑바도기아에서 발견된 카타콤은 약 2000명 정도가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것이었습니다.
카타콤의 구조는 대부분 지하 10-15m의 깊이에 폭 1m 미만, 높이 2m 정도의 통로를 만들고 통로 좌우에는 시신이 3,4층으로 놓여 있습니다. 로마 시내와 그 인근에만 약 45개 정도의 카타콤이 발견되었습니다. 로마의 지하무덤 땅굴의 길이가 약 900km에 이르고, 1-3C에 매장된 시신은 약 600만 구에 달한다고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 들
이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시체들과 함께 생활을 한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한 걸음이었습니다. 이들은 지하 동굴 곳곳에 물고기 그림을 비롯한 등 수많은 벽화를 그렸습니다. 우리는 이 벽화들을 통해서 그들의 생활과 신앙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지하에서 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햇빛을 보지 못해 병으로 죽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그들의 소망은 언제나 십자가와 부활이었습니다. 이들의 예배에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성찬식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 성도들은 식인종이라는 오해를 받았고, 박해는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때에는 십자가와 부활의 도를 전했고, 무덤 속에 들어와서는 뜨거운 예배의 감격 속에 젖었습니다. 이들은 진정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들이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예배 공동체
주님은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서 최후의 유월절 만찬을 하시면서 인자(Son of Man)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다고 하시면서 성찬에 참여하는 자만이 영생이 있고, 마지막 날에 부활할 것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요 6:53,54). 그렇다면 성찬식은 주님의 교회들이 영원토록 지키고 기념해야 할 중요한 예식입니다.
그러므로 초대교회 성도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 무덤에 들어가 살면서도 성찬식을 거행했습니다. 식인종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목숨 걸고 성례전(聖禮典)을 지켰습니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교회는 분명 카타콤 교회의 예배였습니다. 주의 살과 피를 나누는 만찬(晩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현대교회가 회복해야 할 예배는 바로 카타콤 예배입니다. 이 때문에 저의 절친한 친구 목사님은 아예 구역 예배의 명칭을 카타콤이라고 지었습니다. 저는 이번 부활절 예배가 기다려집니다. 부활절 계란 때문이 아니라, 카타콤 예배를 재현할 수 있는 성찬식(聖餐式)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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