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니 달력이 바뀌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달력에는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이 없습니다. 대신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을 지키게 됩니다. 이 사람들의 달력이 좋은 것은 국경일이나 공휴일을 아예 몇 월 몇째 주로 고정을 시켜 놓은 것입니다. 한국의 달력은 주일(일요일)에 공휴일이 겹치면 손해를 보지만, 미국의 달력은 공휴일이 주일과 겹친다고 손해를 보는 일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새해 달력이 나오면 올해는 노는 날이 며칠인지 빨간 색 날짜를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많은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준비들로 벌써부터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는 저는 괜히 한국의 추석 명절이 생각나고, 고향의 하늘과 산하(山河)가 그리워집니다.
고향의 포근함
저의 고향은 경북 상주의 산골입니다. 고향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포근한 분지를 이룬 곳입니다. 산골 마을로서는 드물게 넓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옛 어른들은 이곳을 난세(亂世)에 피난처요, 우복동(牛腹洞)이라고 불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고향 마을은 언제 보아도 포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곳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 온지 어언 30년이 지났으니 강산(江山)이 세 번은 변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