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크리스천인가―박상은 안양 샘병원장] 기독 의사 25년
[나는 왜 크리스천인가―박상은 안양 샘병원장] 기독 의사 25년
1958년 7월15일 나는 목사님 가정의 5남으로 막내인 쌍둥이 동생과 함께 대구동신교회 1층 마루바닥에서 태어났다. 당시 교회 건축을 위해 사택을 헐었던 관계로 무더운 여름 내내 교회 마루 구석에서 열 식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남매는 총 일곱으로 남자 형제가 여섯,누나가 한 명이었는데 막내 쌍둥이인 둘은 그 중 공부도 제일 뒤떨어지고 늘 밖에 나가 놀기만을 즐겼다. 이렇듯 똑똑한 형제들에 속에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자랐으나,그 틈에서 모난 성격이 다듬어지고,무엇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앙의 본이 내게 큰 자극이 됐다.
어머니는 늘 다락방에서 기도하셨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가냘픈 모습을 대변한다. 아버지는 부흥집회를 인도하러 다니셔서 다른 아빠들처럼 손잡고 놀아보지는 못했지만 가정예배를 통해 느껴지는 아버지의 진실된 신앙의 모습이 내게는 늘 도전이 됐다.
아마도 말씀과 삶이 일치하셨던 아버지의 신앙으로 우리 7남매는 탈선하지 않고 목사 2명,의사 2명,박사 3명의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유년주일학교와 중고등부를 거쳤지만 나의 교회 생활은 신실함보다는 습관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 약한 믿음은 대학에서 방종으로 변색됐다. 내성적으로 수줍어하던 성격이 대학에 들어간 뒤 외향적으로 변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게 됐다.
교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속적인 서클에 가입하고,교회에 출석하면서도 세상 즐거움을 좇는 이원론적인 삶을 살았다. 나의 교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본과 1학년 시절,원인 모를 피부병이 생기더니 갈수록 심해져 얼굴을 조금만 건드려도 생선 비늘 같은 것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악화돼 거의 1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길에서 동창들을 만나면 창피해 골목에 숨곤 했다.
그때부터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거울 보기를 싫어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피부병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나는 차츰 내면을 돌아보게 됐다. 1979년 겨울 교회 수련회에서 이른 아침 누가복음 5장 말씀으로 명상의 시간을 갖던 중 만선의 축복을 받은 베드로의 행동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베드로는 그 축복을 기쁨으로 누리지 않고 오히려 주님 앞에 꿇어 엎드려 회개하며 모든 축복을 버려두고 예수를 좇았다. 그 장면에서 나의 모든 교만과 이기심을 깨닫고 주님께 눈물로 통회자복하게 됐다. 그 후 내 마음은 기쁨과 평안을 누리게 되었고 피부병도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그날 이후로 내 삶은 완전히 변화됐다. 모든 세속적인 서클과 인간관계를 청산하고 교회 대학부를 통해 제자훈련을 받았다. 때맞춰 시작된 한국누가회(CMF) 사역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제1회 누가회 수련회는 내 인생에 중요한 획을 긋는 분기점이 됐다. 수련회는 내 삶에 가장 중요한 무게 중심으로 자리하게 됐으며 그곳에서 만난 믿음의 친구들이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동역자로 남게 됐다. 특히 누가회를 세우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송인규 목사님으로부터 개인적인 양육을 받을 수 있었고,첫 수련회 강사로 섬기셨던 배도선 선교사님과 계속적인 교제를 가질 수 있음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그분의 추천으로 나는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을 떠나 부산복음병원으로 내려가 수련을 받게 됐다. 거기서 장기려 박사님의 소박한 삶을 통해 참다운 인술을 배우고,인턴 숙소의 친구 양승봉 선교사와 뜻깊은 신앙교제를 나누었다.
주님께서는 복음병원 수련을 통해 신앙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신장내과 의사로서의 강훈련도 시키셨으며 결혼의 축복까지 허락해주셨다. 이후 목포에서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식구가 다섯으로 불어나게 됐다.
군복무를 마친 뒤 고신 의대에서 신장이식팀으로 활약하면서 IVF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학내 분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주님께 회개했다. 주님이 의도하신 길을 마다하고 의대 교수라는 삶에 안주하며 명성과 권좌를 꿈꾸는 나를 반성했다. 곧 사표를 제출하고 무작정 상경하게 됐다.
마침 그 즈음 누가회에서 총무 일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나는 그것을 주님의 부르심으로 깨닫고 누가회 사역을 시작했다. 병원의 배려로 2년간 미국 연수 생활을 할 기회가 마련됐다. 처음 1년은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의료윤리학 연수를 하며 커버넌트 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2년째는 미주리 주립대에서 신장내과학을 연수하면서 신학 수업을 마치고 졸업했다. 이 모든 일을 예비하시고 한 치 오차도 없이 진행시키시는 하나님의 경륜과 성실하심에 엎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 주님께서는 많은 일을 준비해 놓으셨다. 한국누가회 이사장 직분을 맡겨주셨고,5차 의료선교대회 총무라는 직책으로서 497명의 헌신자를 부르시는 도구로 사용해 주셨다. 수박 겉핥기식의 짧은 공부였지만 의료윤리 분야에 많은 동역자들을 주셔서 낙태반대운동연합과 성산생명의료윤리연구소를 창립하게 하셨고,믿음의 동지들을 도와 의료 NGO인 글로벌케어를 창립하게 하셨다. 한민족복지재단의 의료위원장으로 여러 번 방북하며 북한 주민 진료를 담당케 해주셨다. 그토록 꿈꾸던 선교병원을 향하여 샘안양병원을 준비시키셔서 생명사랑과 전인치유의 사명을 수행케 하셨다.
기독 의사로서 25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되며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육체적 생명 너머의 영원한 나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내가 담당하던 많은 환자의 죽음 앞에서 실로 가진 것 없이 무능한 연약한 한 인간으로 서게 하셨다. 하지만 그들에게 마지막 크리스천으로서 서게 하신 하나님의 뜻은 참으로 놀라웠다. 날 바라볼 때는 도저히 소망이 없지만 지금까지 당신의 때에 당신의 방법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신 하나님의 열심,그 성실하심을 신뢰하며 찬양을 드린다.
◇ 누구인가=1958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따 내과 전문의로 사역 중이다. 현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샘안양병원장,한국누가회 이사장,생명윤리학회 부회장,투석전문의협회 부회장,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분당 샘물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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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에 샘물교회 형제 자매들이 오랜 탈레반 포로 생활로 영육 간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마침 샘물교회 박상은 장로님이 안양샘병원 원장으로 계시는만큼 가족처럼 잘 돌보아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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