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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울의 고백처럼 매일 죽어야 합니다. 매순간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하나님 저를 도와주세요. 마귀가 유혹하는 세상입니다. 또 제가 졌습니다. 이런 고백을 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회개가 없다면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슴을 찢는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 이어령 교수의 말

영생과 사랑은 휴머니즘 뛰어 넘는다
끝없는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의 삶서 ‘절대적 사랑’ 하나님 만나
사랑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종교 … 신앙 수단화 막아야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이라는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으며, 방송과 언론에서 그리고 강단에서 한국의 지성을 깨우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각종 이력과 수상은 그의 지성에 단편일 뿐이다. 그런 이어령 전 장관이 영성의 삶을 강조하고 있다. 본지는 이어령 전 장관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 주>

인터뷰 = 이길환 편집국장

이길환 편집국장(이하 이 국장) :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올해 80세이신데, 인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하 이 장관) : 끝없는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글 속에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항상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것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늘 믿는 것이 내일 무너질 수 있으며, 도저히 믿지 못할 것 같은 것이 내일 믿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진리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저의 신앙 입문을 놓고 극에서 극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은 진리를 추구하는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제 자신이 살아오는 삶의 과정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지금도 진리를 추구하고 있고, 그 연속선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국장 : 장관님은 과거 무신론자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이 장관 : 저는 형식화된 종교를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습니다.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미워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그들은 종교화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종교인들이 싫어한 사마리아인과 세리들과 함께 지내셨습니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대였기 때문에 세리들은 지금의 친일파와 같은 존재였을 것 같습니다. 결국 종교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았습니다.

이처럼 기독교의 최대의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형식만 지키는 사람들이 교회 최대의 적일 것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기독교를 오히려 종교화 시키고 있습니다. 에덴동산 사건은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셔서 다시 관계를 연결하셨습니다. 즉 하나님과의 회복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종교화된 사람들에게는 적이었지만,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와의 회복을 뜻하는 희망이었습니다. 사실 저의 삶은 탕자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무신론자였던 나를 받아 주실까. 아버지를 버린 나를 받아주실까. 그러나 하나님은 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 주셨습니다.


이 국장 : 장관님은 영적 세계를 사이버 세계로 설명하셨습니다.
이 장관 : 무신론자들이 쉽게 영적인 세계를 이해하도록 예를 든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 있다는 거 봤냐, 하나님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따집니다. 그래서 저는 분명 존재하지만 본 적이 없는 영적 세계를 사이버 세계로 비유합니다. 종교를 영어로 릴리전(religion)이라고 하는데, 어원이 끊어진 것을 다시 잇는다는 뜻입니다. 즉 종교란 신과 인간의 단절된 관계를 다시 잇는다는 의미이며, 이는 단절됐던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말합니다. 컴퓨터 창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면 가상현실의 사이버 세계로 접속되듯, 목사님은 키보드와 마우스처럼 예배 시간에 우리를 하나님 나라에 접속시킵니다.
이 국장 : 장관님은 어떻게 보면 행복한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이 장관 : 멀리 있는 잔디를 보면 아름다워 보이지만, 내 자리의 잔디는 더러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고민이 없겠습니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부자여도 옆에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진정으로 부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딸(이민아)이 눈을 뜬 것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데, 내 딸이 눈을 떴다고 믿는다면 그건 죄악입니다. 그렇다면 믿음을 지키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믿는다? 이건 이기적인 신앙입니다. 나 잘되고 부자 되게 해달라고 믿는 것은 기복신앙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끝없는 물음표와 느낌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일본 교토에서 있으면서 내 존재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철학이나 형이상학이 아닌 실제적인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정설이라고 하나요? 하나님의 이끄심이 있었습니다. 사실 딸의 사건은 동기일 뿐입니다. 물론 저도 하나님께 서원을 했었으며, 하나님은 기적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결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쓰시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신앙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면이 있는 것입니다. 기적이라는 한 가지 사건만 가지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이 국장 : 요즘 많은 교인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세속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하는 신앙은 어떤 것입니까.
이 장관 : 종교라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것, 기업 정책 정치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신앙이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사람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종교는 결국 죽음을 다루는 것입니다. 먹는 것, 입는 것은 사람의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먹고 사는 것 때문에 종교를 찾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신앙입니다. 종교가 수단으로 빠지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테러도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회사를 세우고, 공장을 짓고, 정당을 만들어 정치를 통해 풀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만은 그리고 사랑만은 종교의 일입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일은 힘듭니다. 사랑을 정말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 종교입니다.

나의 원수를 사랑하는 것, 이것은 이성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된 사랑을 깨닫게 되면, 현세의 행동도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마의 경우, 그는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모든 일에 의문을 하는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나 도마가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고 죽음을 뛰어 넘은 부활을 경험했을 때, 담대히 순교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영생과 사랑을 깨닫게 되면 삶의 행동이 달라지게 됩니다. 영생과 사랑은 휴머니즘을 뛰어 넘습니다. 그걸 제가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휴머니즘을 뛰어 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이것을 알면서도 권력이나 빵을 추구하는 것은 마귀에게 지는 것입니다. 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마귀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은 바울의 고백처럼 매일 죽어야 합니다. 매순간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하나님 저를 도와주세요. 마귀가 유혹하는 세상입니다. 또 제가 졌습니다. 이런 고백을 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회개가 없다면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슴을 찢는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

이 국장 : 복음을 수단화 시키는 세태에 대한 지적 의미가 깊습니다.
이 장관 :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삶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간음한 여인을 보시고 죄가 없는 자는 돌로 치라고 하셨을 때 아무도 돌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돌을 던지는 세상입니다. 만약 돌을 던지지 않으면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을 의식해서라도 돌을 들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큰 죄가 있는 사람이 죄지은 자를 더 박해하는 세상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이 국장 : 한국 교회에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장관 : 신앙은 내부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죄인입니다. 제 안의 들보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의 티끌을 볼 수 없습니다. 인간은 원죄를 지은 존재입니다. 원죄를 짊어진 사람이기에 교회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이 국장 : 끝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을 들려주십시오.
이 장관 : 날마다 절망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즉 절망과 소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바라는 것은 더욱 확신을 갖고 굳건한 믿음 속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쁨 속에서 운명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전도서를 읽어보면 제 마음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것들은 모두 헛되고 헛된 것입니다. 그러나 전도서 마지막 부분처럼 하나님만이 소망입니다. 이 소망을 붙잡는 삶이되길 기도합니다.

2012년 01월 1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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