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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08:54

사랑의 빚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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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빚진 자
짧지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늘 사랑의 빚진 자란 생각을 갖고 있답니다.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이 씀씀이를 절약해 가며 보내온 후원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래전 비교적 늦은 결혼 탓에 저보다 나이가 적은 부부와의 만남을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직 신학생임에도 어린 아이와 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틈틈이 도왔습니다.
“이 빚 어떻게 다 갚죠” 하는 전도사에게 그건 남을 도우므로 갚는 것이다. 우리는 거저받고 거저 주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살고 있던 신학생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두 칸 방을 구해보려 했지만 가진 돈으로 역부족이어서 부득이 안 방 안에 쪽방이 딸린 집을 세얻었습니다.
야간 신학생이라 밤 11시쯤 되어야 집에 돌아오는데 신부는 이 시간에 또 한 명의 남자 저녁 식사를 차려야 했습니다. 안방을 언제 지나다닐지 몰라 잠옷조차 못입고 지내야 햇지만 형제를 돌보듯이 함께 생활했습니다.

하루는 선배 목사님이 2박 3일 세미나 참석할 기회가 있는데 대신 다녀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말을 미리 하면 부담가질까봐 말없이 그냥 떠났습니다. 야간 신학교를 다녀와 밥을 먹으면서 “목사님 안 계세요.” 하고 묻기에 어디 갔다고 말하자 민망스러웠던지 자기 형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얼마후 숙소를 제공하는 교회가 나와 자리를 옮겼습니다.

20여 년 전 돌보던 C전도사가 목사 임직을 받고 멀리 여천에 있는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갔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무척 비쌀 때인데 어느 날 컴퓨터가 고장났다면서 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우리도 넉넉지 않아 갈 차비만 가지고 머나먼 길을 떠났습니다. 컴퓨터 수리를 마치고 후배 집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떠나려고 나섰는데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까지 가려면 2만원 정도 있어야 했지만 부담가질까봐 말없이 길을 떠났습니다. 일단 충주까지 갔다가 충주경찰학교에 근무하는 장로님을 찾았습니다. 마침 자리에 있어 잠시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는데 서울로 갈 수 있는 차비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사랑을 베풀기 위해서는 이처럼 모험도 감행해야 했습니다.

후배 목사는 몇 년 후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과연 전날 우리와 함께 한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도시에서 우리 가족과 한국인 크리스챤 사이에 불편을 고조시킨 자가 미국에 간 후배 목사 고향 후배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교회 출신이고 고교, 대학까지 선후배 사이란 사실을 알고 미국에 있는 C목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내 나이와 신분으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니가 좀 나서라고 말했더니, 엉뚱한 답이 왔습니다. “목사님 미국에 살면서 보니까 남의 일에 간섭하려들지 않더군요. 제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우리와의 관계마저 끊어버렸습니다.
후배 목사의 형이 면목동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자주 만나는 사이여서 찾아갔습니다. 자기가 주일학교 교사할 때 학생이었고 제일 큰 형인 목사도 자기보다 몇 살 어리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고향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와 만남을 피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20년 이상 친 형제(?)처럼 지내온 관계가 이런 식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같은 땅 같은 교회 출신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마음 한 편에 실망이 남아있을지라도 이웃 사랑은 우리의 의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을 초청하기로 했던 제니스 목사가 부인이 아픈 탓에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고 합니다. 교회에서 사용할 앰프 세트와 어린이용 가죽 장갑 등 챙겨 둔 것이 있는데 시간이 날 때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집에 있는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제법 값나가 보이는 남녀 무스탕을 제니스 목사 부부에게 선물하기 위해 챙기는 것을 보고 잘했다고 동의했습니다. 조금씩이나마 사랑의 빚을 갚아나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롬 13:8).

<사진설명> 결혼한지 8년만에 여섯(남4, 여2) 아이의 아버지가 된 제니스 목사- 이제 서른살이라 앞으로
많은 몫을 감당하리라 기대됩니다. 제니스 목사 부인 건강 회복과 가족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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