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섭 목사
[목회칼럼] 송기섭 목사(대구동막교회)
회의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면 적어도 상식과 예의를 지키고 얘기해주면 좋을텐데, 어떤 때는 너무 직설적으로 공격적으로 말할 때가 되면 참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목사가 되면 일일이 반박할 수도 없고, 변명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처럼 앓을 때가 많습니다.
하루는 저의 집에 정수기를 보면서 나도 정수기처럼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정수기는 어떤 더러운 물이 들어가더라도 나중에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로 바뀌잖습니까?
10여년전에는 아내가 “당신 마음씨 좋은 목사 소리듣기 보다도, 설교 잘하는 은혜로운 목사가 되십시오”라고 쓴소리를 해줄 때에 참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어느 목사가 설교를 은혜롭게 안하고 싶은 목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얼마나 속이 상합니까? 그래서 새벽마다 가서 하나님 앞에 따지며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나도 설교 잘하는 은혜로운 목사되게 해주십시오.”
한 때는 아내가 밉기도 했고,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송곳같은 소리가 내 기도제목이 되었고, 벌써 동막교회 부임한 지 앞으로 4개월만 되면 만 16년이 꽉 찹니다. 그런데도 우리 성도들은 아직 제 설교를 지겨워하지 않고 날로 설교가 더 나아지고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정말 지금 돌아보면 아내의 채찍질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금도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 마음 속에 기도의 필터, 감사의 필터, 말씀의 필터, 찬양의 필터를 통해서 좋은 것만 걸러내는 정수기같은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종종 당회에서도 지적을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거나, 그것 때문에 속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정수기같은 마음을 가지려고하니 내게도 발전이 있고,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니 인간관계도 훨씬 더 좋아지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내게 한 가지 더 마음의 소원이 있다면 영적인 두레박을 갖고 싶습니다.
잠언 20장 5절 “사람의 마음에 있는 모략은 깊은 물 같으니라 그럴지라도 명철한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내느니라”
이제는 남의 좋은 것을 보면 과감하게 내 것으로 길어올려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 두레박을 갖고 싶습니다.
2010년 05월 10일 (월) www.kidok.com
목사님 글이 퍽 감동적이어서 소개합니다. 어린 시절 더운 두레박으로 물을 떠나 마시던 추억어린 일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아래에 제 글을 넣으려다가 글이 길어져 선교 칼럼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 영적 두레박으로 맑은 물을 퍼올려 주위에 있는 영혼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