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이는 1991년 5월 30일생입니다. 한국 나이 열아홉 -한국에서는 주로 고3학생이라 대부분 수험생들일듯-
하지만 기성이는 이르쿠츠크 국립대 물리학부 3학년 재학 중입니다. 9월이면 4학년으로 진급할 예정입니다. 대단하죠. 사실 러시아도 한국 학생과 연령 층이 비슷합니다. 따라서 기성이는 두 세 살 위인 학생들과 같은 반에 있는 셈입니다.

기성이는 1997년 1월 만 6살이 채 못될 무렵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카자흐스탄을 간 탓에 유치원부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곳에 다녔습니다. 특히 영국 선교부가 세운 유치원 선생님은 엄마처럼 친절하게 돌보아 주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선생님이라 이리 저리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는 모습이 아마 헬렐켈러를 지도한 설리반 선생님 같이 느껴졌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유치원 과정이 긴 편이라 초등학교 입학 전 학생만 따로 0학년 교실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 코스는 유치원에 주로 있지만 초등학교에 따로 개설된 곳도 있습니다. 여기서 수학을 잘 한다 하여 월반을 시켜준 탓에 줄곧 한 살 많은 누나와 같은 학년을 유지해 왔습니다.

카작스탄에서 철수한 후 한국에서 1년 정도 머무는 동안 한국 학교에 다닐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친구들과 재밌게 놀라다 어느 날 한국어 실력이 모자란다고 담임선생이 때린 모양입니다.
카작스탄에서 한 차례도 맞아본 적이 없는 탓인지 “선생님이 자기를 동물처럼 때렸냐며 한국 학교는 다닐 곳이 못된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외국에서 온 아이를 가지고 한글를 이유로 때린 것부터 모순이 있어 보였습니다.

2000년 7월 러시아 시베리아로 왔습니다. 이해 겨울 영하 30도가 되어도 학교를 가야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시베리아에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고교 졸업 때 전체 학생 가운데 수학상을 탈 만큼 눈에 띄었습니다. 16살 나이에 대학을 가야 할 입장이라 형이 있는 학교를 택해 이르쿠츠크 국립대 물리학부에 입학했습니다.
같은 이론 물리반에 진학하여 형이 입자 물리를 택한데 비해 레이저 물리를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3학년부터 전공과목 수업이 늘어났습니다.

기성이가 잘 쓰는 말 가운데 <괜찮아요> 란 말이 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기성이는 부모가 뭐라 말하면 주로 <괜찮아요>라고 답합니다. 키도 부쩍 커서 175cm가 넘습니다. 우리 집 식구 가운데 최장신입니다.

음악도 좋아하여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잘 다룹니다. 이르쿠츠크 7번 음악학교에서 오랫동안 수업을 받아왔습니다. 주 2회 한 시간씩 하는 악기 공부가 매달 만원 꼴이어서 모두 보냈습니다.
세 자녀 가운데 기성이가 가장 열심이어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피아노 과정 졸업 때는 졸업생 가운데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주자로 봉사도 잘하고 있습니다.
기성이가 이만큼 자라날 수 있도록 후원과 기도해 오신 모든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설명>시베리아 원주민 마을을 방문해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는 기성이- 옆에는 통역 도우미 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