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온 편지

by 이재섭 posted Apr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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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온 일흔 번째 편지 /창골산 봉서방 카페

한국의 남아 박지성 선수가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의 축구 선수들이 가장 동경하며 뛰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 특히 박지성 선수가 속해 있는 맨체스터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명문 팀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은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딱 한번 만이라도 입어보고 그라운드를 누벼 보기를 소망하는 옷입니다.


이 명문 클럽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의 값어치를 못하는 선수는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합니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팬들은 그 선수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그렇게 되면 그 선수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팀으로 쫓겨 가게 됩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사고(?)를 친 적이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서 가진 프랑스 리그 릴과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경기 3차전에서 라이언 긱스와 교체 투입되면서 긱스가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건네받아 10분 동안 주장 완장을 찼습니다. 박지성은 단 10분이었지만 그라운드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주장으로서 손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시합이 끝난 후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은 박지성 선수의 팔에 둘려진 주장 완장에 쏠렸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영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아시아인에게 그것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명문 팀에서 이제 겨우 24살의 새파란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찰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찬 '사건'이 의사소통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일종의 해프닝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번역의 오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긱스는 박지성에게 완장을 주면서 당연히 퍼디난드에게 건네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준 것으로 착각한 박지성이 그대로 완장을 찼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맨체스터의 주장은 로이 킨이고 긱스가 부 주장이며 두 선수 모두 결장할 때는 수비수 퍼디난드가 주장을 맡지만 이에 익숙지 않은 박지성이 완장을 바통 터치 식으로 물려받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박지성이 언어와 문화적인 것으로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박지성 선수는 주장으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만약 박지성 선수가 주장으로서 잘 하지 못했다면 아마 다른 동료 선수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언론과 자존심 강하기로 이름난 광적인 영국인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으며 아마 그 때 팀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도 박지성 선수에 못지않은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그리스도의 옷’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갈3:27)


만약 우리가 입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옷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차가운 질시를 받을 것입니다. 믿는 사람이 저렇게 산다고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기독교인들은 따돌림을 받을 것이며 교회는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은 박지성 선수가 둘렀던 주장 완장만큼이나 중요한 완장을 차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목사라는 완장을, 어떤 이들은 장로라는 완장을, 어떤 이들은 부모라는 완장을, 어떤 이들은 남편과 아내라는 완장을, 어떤 이들은 자식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들의 가슴에 두른 완장의 값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믿는 사람들까지도 우리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낼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옷을 입은 성도들이 그들이 입은 옷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붇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완장을 찬 사람들이 그들의 완장을 찬만큼의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 부터 쏘아대는 비난의 화살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값진 보혈의 피의 대가로 입은 그리스도의 옷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면 또한 우리들이 찬 완장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등을 돌릴 수 도 있습니다.


http://cafe.daum.net/cgsbong
필자/ 김해찬목사 호주 시드니 하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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