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자녀를 둔 가정

by 이재섭 posted Mar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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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에서 다섯 쌍둥이를 낳은 엄마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한꺼번에 건강한 다섯 아이를 얻은 엄마와 아기들을 많은 도우미들이 돌보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다섯 쌍둥이 가정을 위해 러시아 정부에서 150제곱미터(실평수 약 45평)나 되는 아파트를 하사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값이 세계적으로 비싼 모스크바에서 이만한 크기 아파트를 갖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법에 1인당 20제곱미터의 생활공간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공산 시절에는 이 기준에 의해 아파트 공급이 원활했었는데 비해 개방 이후에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일 전 우리의 초청으로 미국인 선교사 가족이 방문했습니다. 데이비드 선교사 부부는 이곳에 온 지 9년이 되었습니다. 자녀가 다섯 명이나 되는데 이 가운데 큰 아이를 제외한 네 명은 이르쿠츠크 태생입니다. 정말 러시아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족입니다. 최근 비자법의 강화로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 가정에는 사전에 신청한 비거주 허가를 나서 러시아 땅에 마음놓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통한 사역을 하기 때문에 설교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설교자는 반드시 종교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 교회는 다양한 선교 사역을 펴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색스폰 연주자이고 부인인 에즈미는 호른 연주자로서 음악 가족입니다. 아직 이 도시에서는 색스폰을 잘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역시 일 년에 두세 번 정도만 색스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색스폰에 대해 관심이 있어 몇 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색스폰은 모두 일 곱 가지 악기로 되어 있으며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각각 다른 악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은 이 네 가지를 모두 익힌 탓에 연주를 가르치는 일과 연주자로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혹 색스폰을 배우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알토 색스폰이 기본이어서 이 악기부터 다루어야 한다고 합니다.

18개월부터 10살까지 2남 3녀가 모이자 거실이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사라 선교사가 준비한 요리와 과일 등이 제법 풍성해 보였습니다. 데이비드 부인은 커다란 삐로그(빵 위에 과일 소스를 얹어 만든 것)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날 미국인 스탠 선교사도 동참했습니다. 모두 신실한 크리스챤들입니다. 스탠 선교사는 주로 영어를 가르치며 틈틈이 성경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다이빙 강사로 청소년 캠프를 통해 복음 전파와 양육을 했다고 합니다.

마침 선교용으로 가지고 온 어린아이 옷 몇 벌이 있어 챙겨주자 에즈미는 자녀들 옷을 대부분 중고 옷가게에서 구입해 입힌다고 합니다. 고국의 풍요로운 환경을 떠나 낯선 땅에서 아기를 낳고 양육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입니다.
사라 선교사가 한 차례 다녀왔는데 커다란 통나무집이라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도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차량이 없이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취학 연령의 자녀들은 러시아 학교(스꼴라)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고교까지 무상 교육을 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수년 전 함께 언어 훈련을 받던 미국인 선교사에게 후원은 괜찮냐고 묻자 미국은 부자 나라인지 몰라도 선교사는 가난한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평신도 선교사들의 경우 더욱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탠 선교사가 이따금 늦은 시간까지 우리 집에 머물고 돌아갈 때면 택시비를 챙겨주곤 했습니다. 집이 멀고 택시비가 유난히 비싼 편이어서 한국 돈 만 원 이상 들지만 주고받는 마음으로 접대합니다. 대신 긴 시간 동안 영어로 대화할 수 있어 자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이 아직 주님을 잘 알지 못할 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선교사님들이 목숨을 걸고 선교하러 왔습니다. 특히 미국인 선교사들이 주축을 이루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볼 때 미국 교회는 선생님의 나라요 은혜입은 나라입니다. 선교지에서 이분들과 교제하고 이처럼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젊은 크리스챤 부부가 다섯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모습이 눈여겨 보였습니다. 한국 크리스챤 자매들 가운데 결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실 이 도시에도 많이 진출해 있지만 서로 얼굴 볼 기회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벽을 쌓은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답니다.

지난번 방문한 자매에게 더 늦기 전에 결혼 문제를 염두에 두고 기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더욱 자신을 가꾸고 주위로부터 인정받는 위치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앙인 가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크리스챤 부부에게서 난 자녀들이 장차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소지가 높습니다. 이또한 사명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인 선교사 가정의 단란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희 가정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했음에도 세 자녀를 두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사진설명- 데이비드 자녀로 거실이 꽉 차 보인다. 멀리 아름다운 에즈미의 모습까지-
하나 둘 셋 넷 하나가 모자란다. 아홉살 난 둘째 폴이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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