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겨울 동안 주의해야 합니다

by 이재섭 posted Dec 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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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이의 손에 동상이 걸렸습니다.

시베리아의 겨울 아침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9시가 다 되어야 밝아오고 저녁 5시가 되면 벌써 어둠이 짙어갑니다. 한 여름에는 밤 11시가 되어도 밝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겨울 아침에 이따금 등굣길에 나서는 자녀들과 사라 선교사가 실랑이를 문앞에서 실랑이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대충 챙겨 입고 학교로 가려는 자녀와 옷차림을 점검해 다른 옷으로 갈아입히려는 사라 선교사 사이에 충돌이 생겨난 것입니다.

결코 만만히 보아서는 안될 시베리아 기온과 벌써 10년 가까이 시베리아에서 살아온 탓에 적당히 지내려드는 자녀들- 학교 내부 온도가 높아 옷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겉옷은 따로 보관하지만 나머지 옷차림 또한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사람들 중에는 속옷은 대충입고 외투를 걸쳐 입은 채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라 선교사는 치아 상태가 안 좋이 현지 치과 몇 곳을 다녀도 틀니를 해야 한다는 말에 부득이 한국으로 치료차 나갔습니다. 믿음이 좋은 치과 원장님이 선교사라 해서 저렴한 비용에 수술해 주기로 해서 1월초에 치과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수술에 필요한 부위 외에도 심하게 상한 곳이 있어 수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세 남매가 식사를 해결해가며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찬미가 여자이다 보니 많은 수고를 감당했습니다. 그래도 삼 남매여서 10년이 넘는 선교지 생활 동안 외로운 땅에서 친구처럼 오누이로 지내왔습니다.

평소 외출 때마가 점검하던 사라 선교사가 없는 동안 그만 기성이 손등에 동상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리고 영하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영하 20도가 채 안 되는 기온에 이런 증세가 나타난 것입니다.

동상은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발병한 해 겨울 안에 완치가 되지 않으면 매년 겨울마다 재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뜻한 물로 씻기고 마침 이 선교사가 복용하는 혈액순환제가 있어 당분간 복용토록 했습니다. 일단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 응고된 피가 풀려 동상이 치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맞은 시베리아 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영하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겨울 방학이 짧아 자녀들이 등교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선교사의 몸에 무리가 와서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찬미가 감기 증세를 보이더니 심한 고열로 괴로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에서 함부로 병원에 갔다가 격리(일종의 감금)될 수도 있는 탓에 자가 치료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마침 함께 언어 훈련을 받던 미국 선교사님 부인이 간호사 출신이라 상비약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아울러 후원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글을 보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기도로 찬미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성이는 극심한 저기압 지역으로 온 탓인지 자주 코피를 흘렸습니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삶은 이처럼 쉽지 않습니다.
추위 속에 손을 장시간 노출한 탓에 동상이 걸린 것 같습니다. 기성이의 이번 동상이 심한 편은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동안 회복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선교사 가족의 건강을 위해 관심과 기도를 당부합니다.

사진설명- 아무리 추워도 밖에 나와 잘 노는 시베리아 아이들-
정부가 나서서 겨울 동안 곳곳에 이런 미끄럼틀을 세워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