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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오래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요일을 바꾸는
관습이다. 국가 공휴일이 많지 않은데다 땅이 넓어 어디를 다녀오기가 쉽지 탓인지
연휴로 쉴만 한 날이 주 중에 있으면 그 주간 요일이 서로 바뀐다.

참고로 러시아 공휴일은 다음과 같다.

1월 1일 신년절
1월 7일 러시아 크리스마스
2월 23일 조국수호자의 날
3월 8일 여성의 날
5월 1일 노동절
5월 9일 전승기념일
6월 12일 독립기념일
11월 7일 혁명기념일
12월 12일 헌법의 날

어제 주일에 기은이가 기말고사를 치르러 학교에 가야만 했다. 6월 12일은 러시아 독립
기념일을 맞아 토요일을 정상 근무로 바꾸었다. 즉 토요일은 금요일처럼 된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은 토요일로 변했다. 헷갈릴 정도로 요일이 바뀌고 방송도 따라 바뀐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범국가적이어서 TV 방송 프로그램까지 요일을 바꾸어 내 보낸다.
아마 러시아 내에 있는 외국 대사관도 바뀐 요일대로 근무할 것이다. 심하면 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도 이 원칙에 따른다. 어떨 때는 대사관에 갔다가 그냥 돌아올 수도 있다.
참고로 한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도 11,12,13일 연휴로 쉰다고 한다.

그러므로 러시아를 단기간 여행할 경우 국가 공휴일이 있는지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일정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비자 기간이 끝나는 날에 맞추어 제때 출
국을 못하게 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방학이 되면 멀리서 유학 온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르쿠츠크에서 기차로 5일 걸
리는 곳도 있다. 자기 집을 다녀오기 위해 이처럼 긴 여행을 해야 한다. 혹 2박 3일만 시
간이 주어져도 왠만한 곳은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이처럼 국민이 연휴를 즐기도록 국가
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이맘 때면 타차(텃밭)에 가서 농사를 돌보는 손길도 필요하다. 아마 이런 일손도 염두에
둔 탓에 요일을 바꾸기로 한 것 같다. 러시아의 요일 바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이 월요일임에도 TV에서는 토요일에나 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어떤 방송은 몇 시간 째 연속극을 엮어 시간 때우는 인상을 풍긴다. 아마 여러 직원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라 생각된다. 요일이 바뀐 탓에 낮예배를 빠져야 했던
기은이- 기말고사 시험만 아니라면 학교를 쉴 수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그래도 벌써 이번 시험은 4과목인데 오늘까지 3과목을 치렀다. 3과목 모두 5점(A학점)을
맞았다고 한다. 어려운 물리학부 3학년 학생인 기은이가 러시아가 자랑하는 물리학부에
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도 기은이는 부모의 기도와 성령의 감동에 이끌린 듯 물리학부를 졸업한 후 신학을
수업하기로 했다. 기은이의 앞날을 주님께 맡기고 있다.
기은이와 선교사 자녀들의 남은 기말고사 시험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사진설명- 3년 전 한국인 음악가들과 함께 이르쿠츠크를 찾아온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소프라노 김순향 교수의 모습- 카톨릭 신지라고 하는데 에반젤리칼 교회에서
찬송가를 특송하기도 했다. 바이칼 호수 앞에 선 모습이 더욱 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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