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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이의 선교지 생활

기성이는 1991년 5월 30일 생이다. 만 16살인데 벌써 러시아 대학 1학년 과정이 끝나가고 있다. 175cm를 넘어선 키, 마른 체격의 기성이는 비교적 학업에 잘 적응해 오고 있다.
우리 가족은 1997년 1월에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카자흐스탄 지방 도시로 떠났다. 가이드한 자의 뜻하지 않은 태도와 새로운 지역에서의 방해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99년 6월 20일 바로 기은이 생일이었다. 2년 반 동안 숱한 방해와 시련에 시달리다가 끝내 비자 연장이 어렵게 되어 카자흐스탄에서 철수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부 한국인의 이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기성이는 6살에 떠났다가 9살에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사실 카자흐스찬 지방 도시는 아주 열악한 편이다.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아이들의 친구인 컴퓨터마저 사용할 수 없는 날이 많았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막내인 기성이와 같이 롯데월드 앞을 지날 때였다.기성이가 무언가 입 속으로 무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야, 한국이 너무 좋다. 나 한국에서 살고 싶다.” 하고 혼잣말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햄버거 가게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에서 지내 온 날들에 비해 정작 자기 나라의 환경이 너무도 화려해 보였나 보다.

  카자흐스탄 침켄트에서 지루하리만큼 촛불 신세를 져야 했다. 전기가 나간 어느 날 아파트 9층에 사는 친구 집에 송별 인사하러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우리나라보다 한 층이 훨씬 높아 더 높아 보였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친구가 집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9층을 걸어 내려 와야 했다. 한번 더 가려다가 또 걸어올라가는 일이 힘들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오던 기억이 되살아나서인지 하루는 기성이가 15층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내게 물었다.
  “아빠 한국에서도 전기 나갈 때가 있나요.” 하는 질문을 들으며 우리 가족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한 30년 쯤 전 구세대를 다녀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참 자라날 나이에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다니느라 너무 고생들이 많았다. 현지 동네 아이들은 별다르게 놀 것이 없자,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자연 환경이 좋아 다소 위로가 되었다. 

치료차 한국을 다녀간 찬미 외에 사라 선교사, 기은, 기성 형제는 2년 반 동안 한 차례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찬미와 기성이는  모두 현지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해 한국 초등학교에 전혀 다닌 적이 없었다. 
유아교육을 배운 바 있는 사라 선교사가 현지에서 한글을 가르친 탓에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족했다.
  따라서 국내에 머무는 동안 한글교육의 기회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일단 자녀들을 집 가까운 공진초등학교에 편입시켰다. 이때 한국 초등학교를 잠시 다닌 것이 이들의 장래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됐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 돌아온지 이듬해 기성이의 소원을 뒤로 한 채 시베리아로 떠나게 되었다. 한국에 살고 싶은 기성이에게 너무 미안한 일지만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리라.
기성이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27번 학교에서 중학교 고교 과정을 졸업했다. 러시아 학생들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늦게 학교에 입학한다. 따라서 기성이 반 학생은 대개 기성이보다 2살 내지 3살이 많다.

기성이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유치원을 다닌 적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어권에 일찍부터 적응해 왔다. 카자흐스탄 남부 침켄트에서 사역할 때 영국 선교부가 세운 샬롬 스쿨에 다닌 적이 있다. 이때 학교에서 수학을 잘 한다고 한 학년 월반을 했다. 그래서 한 살 많은 누나 찬미와 같은 학년이 되었다.

고교 시절 어느 날 기성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수학 성적이 5/5/5/ 나왔다며 소리를 질렀다. 3가지 유형의 문제를 모두 맞아 이른바 all A가 된 것이다. 러시아 성적은 수자로 1에서 5까지 매긴다. 3이 넘어야 낙제를 면하게 된다. 반 전체에서 자기만 5점이 3개 나왔다며 좋아했다.

고교 졸업반 때 이르쿠츠크 전 학교에서 학교 대표 3명씩 출전하여 영어와 수학 화학 경시대회가 열렸다. 어린 기성이가 27번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
기성이의 주특기는 수학과 물리- 막상 수학 시험을 치고 나자 풀이 과정에 점수가 더 높다는 걸 알았다. 암산력이 뛰어난 기성이는 답을 쓰고도 불리해 등외로 처지고 말았다.
영어는 전체 학생(100명도 넘었을 듯) 가운데 7등을 했다 한다. 러시아 학교는 영어를 빨리 배우는 편이다. 기성이는 카자흐스탄과 한국을 거쳐 러시아로 온 관계로 기초과정을 건너뛰었다. 오히려 저학년 문제에서 손해를 봤다는 기성이- 대단한 면이 있어 보인다.
국가 고교 졸업시험 수학 과목에서 1문제 틀리고 모두 맞아 자기 학교에서 1등에 해당됐다. 그래서인지 졸업식 날 영예의 수학상을 타기도 했다.

5년이 넘도록 다니고 있는 음악학교 피아노 부분에서 2년 연속 1등 없는 2등을 차지하더니 음악학교 졸업(7년 과정이지만 5년제 속성반을 졸업했다) 때도 학생들 가운데 첫 번째로 꼽혔다. 정규 음악학교는 주2회 한 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악기 당 월 1만원 정도한다. 그래서 기성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워왔다.

하나님의 아들 기성이의 하루하루를 주님께서 인도해 주고 계심을 느끼고 있다.
기성이는 지난해 가을 형이 다니는 이르쿠츠크 국립대 물리학부에 최연소로 입학해 요즘 1학년 학년말 시험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형 기은이는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르쿠츠크는 아직 전화 모뎀을 쓰고 있어 느리고 비싼 인터넷이 기성이의 불만으로 남아 있다. 조만간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저렴한 인터넷이 가능했으면 한다.

외지에서 한국인들을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 아쉽게 작용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
해서라도 그리스도의 지체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후원과 기도를 해 오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성이의 한국 나이 17살 생일을 함께 축하바랍니다. 기성이 파이팅~

사진설명- 지난해 여름 후원자의 도움으로 생전처음 에버랜드를 방문한 기성이와 찬미-
누나 한국이 좋지? 그래 나도 좋다. 그렇지만 우린 러시아로 돌아가야해.
주님께서 지난 11년 째 외진 선교지에서 살아온 아픔을 갚아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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