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 살림살이

by 이재섭 posted May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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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도시 규모가 크고 가까이 강을 흐르면 대부분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 끄라스노야르스크 수력발전소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러시아 화폐 10루블 짜리에 이 발전소 사진이 들어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이다.





이르쿠츠크 수력발전소는 앙가라강을 막아 댐을 만들어 건설했다. 이르쿠츠크에서 쓰고 남을만큼 풍부한 발전량으로 인해 멀리 울란우데까지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앙가라댐으로 인해 바이칼 호수로 가는 뱃길이 끊어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바이칼 호수에서부터 러시아 전역을 배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앙가라 댐으로 인해 그만 맥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이르쿠츠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전기 요금이 싼 편이다. 7년 전 우리가 처음 올 때만 해도 1kw에 9원 정도했다. 지금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도 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르쿠츠크 시민들은 전기를 아낄 줄 모르는 것 같다. 형광등을 켠 곳은 찾아보기 힘들고  집집마다 거실에는 여러 개의 백열등으로 이루어진 등을 달아놓고 있다. 어떤 집은 아예 칸델라 수준이어서 전력 소모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물론 전기를 절약하는 집도 적지 않다. 이런 집에서는 다소 어둡더라도 남이 나서서 전깃불을 켜는 것이 실례가 될 수 있다.





아예 전기 렌지로 조리를 하는 집이 많이 있다. 주방용 가스렌지처럼 생겼지만 전기로 가열한다.  요리를 하다 보면 3kw 이상 전기가 소모되기도 한다.  날이 쌀쌀하면 전기 히터를 켜 놓는다.  아무리 전기를 써도 한 달에 만원이상 나올 때가 드물다.


어떤 집은 아예 임대료에 전기세가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 세입자가 전기를 얼마든지 써도 주인이 받는 임대료가 일정하다.  전기세가 일정액 이상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너무 전기에 의지하다 보니 이따금 전기가 나갈 경우 속수무책이다. 주방용 전기는 물론 전기포트나 전기렌즈 모두 가동이 안 될  경우 자칫하면 식사조차 어렵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소형 가스레인지라도 하나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중국인 성도들은 자기 나라에 비해 전기 요금이 훨씬 싼 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전기가 싸다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을 주고 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마음이 쓰이지만 전기나 수도, 난방비 등이 상대적으로 적어 위로가 된다.  수도의 경우 아직까지 계량기를 사용하지 않고 식구 수에 따라 요금을 정한다.  주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수와 관계가 없는데 비교적 싼 편이다.





아직 모뎀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화비가 많이 들 경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최근 전화 요금이 많이 오르면서 통화 시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대신 정액 요금을 원할 경우 통화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내면 된다. 약 16000원을 내게 되면 정액 요금제가 적용된다. 


자녀 셋이 대학생인데다 이 선교사 이따금 손님이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정액제가 아니라면 5배 이상 요금을 낼 수도 있다.  다른 공과금에 비해 전화요금이 비싼 편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아직 급료가 많지 않다. 대신 공과금이 현실적으로 책정되어 그나마 생활아 가능하다.  특히 연금을 받는 가정은 공과금이나 세금이 파격적으로 적다. 이런 집에 세를 들 경우 세입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 한 달 공과금이 약 3만원 정도 된다. 이 중 전화 요금이 절반 정도된다. 긴 겨울 동안 따뜻하게 보내고도 이 정도 공과금으로 살 수 있어서 아파트를 선호하나 보다. 하지만 인구수에 비해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임대료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새로오는 선교사가 이르쿠츠크 임대료를 묻기에 벼룩 시장에 나온 것을 참고해 가장 낮은 수치를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나와있는 아파트를 찾기 시작하자 나와있는 것이 극히 드물었다.  임대료도 최소치의 40% 이상 비싸 당황했다.


이르쿠츠크에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지 않는한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비싼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방 한 칸만 빌리는 것이다. 러시아는 남자나 여자가 혼자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높은 이혼율 탓인지 부부가 사는 경우보다 혼자 살거나 모자간에 사는 집이 많다.  할머니 혼자 살아가는 집도 드물지 않다. 





대신 한 집에서 살아야 하므로 가능한 같은 민족 또는 동성 간에 지내는 것을 원한다. 할머니의 경우 여자를 선호하지만 남자에게 세를 주기도 한다.


비교적 안전하고 저렴한데다 언어 습득에도 도움이 되는 탓에 유리한 면이 있다. 이 경우 따로 방을 얻는 것보다 반 값 정도에 방 한 칸 임대가 가능하다. 





선교지의 삶에 대해 이해가 요구된다.  주어진 현실에 대해 후원교회나 후원자가 이해하고 협조해야 선교사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삶의 구조 때문에 다른 도시로 사역지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은 선택 사항이다.





언젠가 몽골 선교사님들이 이르쿠츠크로 왔다가 거의 모든 것이 자기 지역보다 비싼 것을 보고 놀라는 것이었다.  모스크바나 뻬쩨르부르그의 경우 이르쿠츠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싸다.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추어 현지에 잘 적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교사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관심과 기도를 바란다.


 


 


사진설명- 겨울나라인 이르쿠츠크에서는 해마다 얼음조각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