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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6시간 기차 여행 끝에 도착한 도시 침켄트

 

  카자흐스탄에서 알마타 외에 또 하나 국제공항 인접 지역이 침켄트 지역이다. 이 도시는 우즈벡 타쉬켄트 국제공항까지 육로로 약 3시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정착에 실패할 경우 바로 벗어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전에 부활내과에서 만난 H목사님이 찬미를 생각해서라도 가능한 따뜻한 남부 침켄트 쪽으로 옮겨라. 혹 정 어려우면 자기 친구인 S목사를 찾아가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하지만 그 후 우연히 S목사 부인을 소련선교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때 썩 내키지 않는 인물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교회로 왔다가 배신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 선교사는 믿을 수 없다. 혹 침켄트에 오더라도 시내에 있지 말고 변두리 작은 동네인 렝겔로 가라고 말하기에 아예 연락처조차 갖고 오지 않았다. 일단 그 지역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박이 추방된 지역에 있는 보리스 전도사님게 전화로 S목사님 연락처를 갖고 있냐고 묻자 한번 찾아간 적이 있다며 알려주었다. 

 

  우랄스크에서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인 침켄트 S목사님 댁으로 전화하자 부인이 받았다. “우리가 현지에서 방해를 받아 거주허가가 5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혹 그쪽으로 가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그럼, 그냥 한번 들려 보세요.”하는 것이었다. 대답이 애매 모호해 살림에 필요한 짐을 부치려던 계획을 그만두고 휴대품만 챙기고 몸만 가기로 했다. ‘왜 선뜻 환영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침켄트까지는 무려 2,000km 떨어져 있다. 3개월 임대료를 선불로 내고 집을 새로 세 얻은 지 보름밖에 안되는데 갑자기 먼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알라 선생님이 기차표를 끊어 오셨다. 이제 하루 반이란 기나긴 기차 여행을 해야 했다. 우랄스크를 떠나기 앞서 기도하자 주님께서 응답하셨다.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너희와 동행할 것임이라.  너희 짐 가운데 악인의 물건이 섞이지 않도록 하라.” 고 지시하셨다. 그가 보라고 한 책 등이 짐 가운데 있었지만 생필품만 챙겨 피난 열차 타듯이 떠나야 했다. 떠나기 전날 누군가 우리 집을 살피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알라 선생님께 알리자 밤을 우리와 같이 보내 주었다. 갑자기 멀리 떠나게 되어 짐 정리에도 혼선이 왔다. 그래서 일부는 주위에 선물하고 휴대가 가능한 것을 제외하고는 알라 선생님 쪽에 처리를 맡겼다.

  밤 1시에 떠나는 기차임에도 많은 분들이 전송을 나와주었다. 알라 선생님 남편께서 사위2명과 짐꾼을 대동하고 와서 짐을 모두 실어 주고 남는 짐을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모를 따라 기차 역으로 향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철없이 떠나게 된 것을 좋아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모두 이별을 슬퍼하고 있는데 어려운 지역을 벗어나게 되었다 해서 가족 중 누가 웃는다면 예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차에서 알라 선생님과 사라 선교 선교사가 한참 동안 부둥켜 안고 우는 것이었다. 먼 나라까지 와서 본의 아니게 떠나게 되어 아쉬운 순간이었다.

 

 “선생님,기도하겠습니다. 기도는 어디서나 서로 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그분께 감사드리고 기도를 약속했다. 알라 선생님은 가까운 인척과 헤어지듯 눈물로 우리 가족을 전송을 했다. 벨라, 율라 등 현지인 성도들도 역으로 나와 함께 석별을 아쉬워했다.

 이분들은 수박과 밑반찬까지 챙겨 왔다. 아리스 선생님 노부부는 몸이 불편해 밤에 못 나온다며 낮에 다녀가셨다.

알라선생님 사위들과 최 선생님이 가차에 짐을 실어주었다. 알라 선생님은 밀린 급료를 주려 하자 먼 길에 경비가 모자라지 않겠냐고 오히려 염려했다. 그렇지만 정한 만큼 드리고 추후 지원을 더할 수 있었으면 했다. 고마운 분들을 뒤로 두고 우리 가족은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우랄스크에서 약 2,000km 떨어진 침켄트 까지 기차로 꼬박 36시간  가량 걸린다. 알라 선생님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앞섰다.

가도 가도 광활한 들판 뿐인 카자흐스탄 대평원을 지나는 동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대개 7시간마다 정거장이 하나 나왔는데 그때 역에서 무얼 사 먹었다.

  마치 전쟁을 피해 떠나는 피난 열차와도 같았다. 자기를 따라 어린 자녀들과 먼 나라까지 왔음에도 굳이 자기 손으로 쫓아내는 자가 있으니-. 한편으로 이런 자를 지원하는 한국교회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선교도 좋고 후원도 좋지만 미처 영적 분별력이 없어 적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이적행위를 하다니-’

 

  금요일 새벽1시에 떠난 기차는 토요일 오후 1시에야 침켄트에 도착했다. S목사님 좋을 것으로 판단됐다) 일행이 통역을 데리고 기차역에 마중 나와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B장로님 댁을 숙소로 배정해 새로운 지역 생활이 시작되었다. 긴 열차 여행으로 모두 지쳐 있었다. B장로 부인 집사님이 저녁을 지어주셨다.밤에 알라 선생님 댁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화로 알리자 놀라운 말을 했다.

 박의 정체를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정말 교활한 자이다.

“목사님, 알고 보니 박00이 여기 미리와 있었답니다. 또 동생 처인 러시아 여자가 날 찾아왔는데 이제 와서 자기더러 이혼을 하라고 하여 너무 억울한데 어떻게 한국에 연락해 보상을 받을 수 없겠냐고 묻습데다. 어떻게 도울 길이 없을까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사이 박이 몰래 숨어 들어 우리 가족이 추방되도록 현장 지휘를 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떠나자마자 자신이 동생과 결혼시킨 러시아 여자를 불러다가 다시 이혼까지 시키려 들다니-. 그는 이 나라에 과연 왜 왔을까?  과연 이렇게 까지 해도 되는 걸까?  그가 쓰는 돈은 과연 누가 제공한 것일까.

 

침켄트에 온 이후 우랄스크 알라 선생님과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우리가 떠난 이후 점점 교인이 줄더니 60명이 넘던 교인이 끝내 13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더욱이 그곳은 교회도 아니라 하여 순수한 분들이 갈 곳을 잃고 만 것이다. 교회조차 없는 도시가 이렇게 까지 되나니-  박의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주의 제단을 헐고 선지자를 몰아내는 자여- 이 자가 나중에 선교학 교수(?)가 되었다 하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침켄트에 온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알라 선생님은 박의 동생이 마침내 곧 고려인 부호의 딸과 재혼한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우리를 몰아낸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일이라 생각됐다(그가 이 그 부호를 이용하면 자신의 법적 위치도 유리하게 된다. 박의 동생은 얼마후 둘 사이에 딸을 낳았다고 한다).

  더욱이 ‘하나님의 사자’를 자처하던 자(결혼하는 여자의 모친)가 지금은 교회도 안 나간다는 것이다. 알라 선생님은 유창한 한국말로, “벼룩도 낯짝이 있지 그렇게 해 놓고 어떻게 교회를 나가겠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박이란 자는 동생까지 이용해 결혼이란 맺음(?)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영혼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나중에 동생을 자신이 가르쳤다는 명목으로 목사를 만들어 교회를 맡도록 한 모양이다.

 

  침켄트 김 목사는 내가 다녔던 학부를 나보다 10년 뒤에야 다닌 인물이다.  이 자가 어느 날 내가 그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게 이해 못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우랄스크에서 안 좋은 일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주문했다. “소문 같은 것은 상관없다.” 하고 대답하자,

  “주위에서 문제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하고 극구 철수할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에게 “예수님도 그런 일을 많이 당하셨다.”고 일축했다. 내가 김 목사에게 “우리가 이곳에 와서 S목사에게만 그동안 있었던 상황을 브리핑했는데 반대로 말이 돌았다면 그건 누가 바꿔 말한 것인지 뻔하지 않냐.” 하고 일축했다. 

 

  비자가 연말까지라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선뜻 비자 연장에 협조하려 드는 교회가 없었다. 허가 교회가 협조하면 되는데 모두 피하는 것이었다. 혹시 한국으로 철수해야 할지 몰라 가지고 있던 성경책을 전도용으로 나누어주고 밑반찬도 여러 곳에 나누어주었다. 인사차 신학교를 방문해 학장에게 비자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장(썩 좋은 성향이 아니어서 잠시 유대가짐)은 비자 정도는 세미나리에서도 연기해 줄 수 있으니 대신 새 학기부터 한국어를 맡아 달라 하여 사라 선교사가 한국어 지도를 시작했다(학장과 수 개월 연관을 갖다가 마침내 교회 허가를 받아내 비자 연장에 성공했다. 2년을 더 거주한 후 부득이 떠나야 했다. 침켄트 이야기는 박과 다른 소재이므로 박의 문제가 정리된 다음 소개할까 한다).

 

  점차 한국에 IMF가 본격화되어 후원에 어려움이 많았었다.  평소에도 부족한 선교비가 더욱 현지 생활에 못 미쳐 지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현지는 가스나 전기 심지어 난방이 나가기 일쑤였다. 차라리 밖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게 나을 정도였다.

  전기가 들어올 생각을 않다 보니 아이들의 친구 격인 구형 컴퓨터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전기 구경하는 것이 소원처럼 생각하곤 했다. 오랜만에 전기가 들어오면 현지인들도 “우라-”(만세) 하고 소리쳐 하늘을 진동시키기도 했다.

  어느 날 소련선교회를 방문하자, 총무 장로가 어느 선교사(알마타 S인 듯-)가 이사 중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내가 문제 인물로 간주되어 협력선교사에서 제외됐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다. 확실히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다는 말도 없이 이렇듯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고 이해가 안 갔다.

 이처럼 일을 반대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이렇듯 분별력이 없는 곳에 연관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상관없다며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총무 장로는 무안했던지 개인적으로나마 나를 돕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이고 행정인지 이해가 안 갔다(최근 이 단체 체제가 정비되어 좋은 분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이 무렵 사라 선교사는 알라 선생님 부부가 알마타 가는 길이라며 기차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려 침켄트 역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친척보다 더 반가운 만남이었다.

  또 우랄스크 전세터 역시 알마타 시장을 가는 길에 사라 선교사를 역에서 만나 반가움에 싸였다 한다. 모두 반가운 사람들이다. 주님이 목자를 보내어 찾으라고 한 양들이다(나중에 이때 찍은 사진을 보니 전날 우리를 떠나보낼 때 불안했던 표정과는 사뭇달랐다).

카자흐스탄 이야기는 이까지 기록하고 6월 20일 박이 우리를 고발한다고 호언장담한 추이를 지켜본 후 다음 기록을 펼쳐나가기로 한다.

관심있게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폭넓은 사역을 위해 기도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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