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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선교사(GMS 훈련원장)

봄이 없는 땅의 선교사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빛을 볼 수 없는가? 소망, 그리고 그것이 꽃피우는 기쁨을 미리 볼 수 없는가? 어느 무기수가 작은 방에 갇혀 있을 때 창가 시멘트 사이에 파란 잎 하나 돋는 것 보고 그것을 물 주어 키웠다는, 그 절실한 생명에 대한 소망이 막막하게 여겨지는 선교지가 있다. 사계절이 없는 선교지, 잉태에서 결실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선교지, 아니 생명의 빛이 보이지 않는 선교지가 있다.

나는 일 년 내내 초록빛이 사라지지 않는 아열대 땅에서 살았다. 초년병 선교사로 몇 년간은 건기와 우기 두 계절 밖에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싹이 돋고 그것이 자라다가 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기 그 시기도 다른 것이었다. 장대비가 내리는 우기에도 어느 생명은 죽어갔고, 햇빛만 작렬하는 건기에도 어느 생명은 발아하고, 어느 생명은 꽃을 피우는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못보고 산다. 사막에서도 생물들이 살고, 오아시스가 형성되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어찌 생명에 대한 소망이 여기에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낯선 이국땅에 사는 선교사들이 봄을 갈망한다는 것은 자연의 생명체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 게다. 사역이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삶이 기쁨의 빛을 띠지 않는 회색의 장벽에 가려져 있을 때 한숨과 더불어 나오는 기도일 것이다. “주여, 봄인데, 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 그것은 자신의 벌판에 위에서 내리는 봄빛을 보고자 하는 탄식일 것이다.

선교사는 꿈을 꾼다. 겨울철에 봄을 꿈꾸고, 봄철에는 벌써 가을에 그 마음이 와있다. 이들은 비상을 바란다. 껍질을 벗고 그 형체를 바꿔 찬란한 빛으로 날기를 원한다. 이런 꿈을 꿀 때면 그들은 하늘의 황홀함도 맛보고 때로는 채색된 색동옷도 입고 춤도 춘다. 그럼에도 현실로 돌아오면 꿈은 저만치 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때 우리는 다시 눕고 싶다. 쉬고 싶다. 꿈도 없는 바닥으로 내려와 눈을 감고 싶다.

그러나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밭을 갈아야 한다. 사는 것과 죽는 것 중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지 자신도 알지 못할 극악의 상태에서도 소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열매 맺는 때의 기쁨을 위하여 멀고도 거친 뙤약 볕 땅에서도 밭을 갈아야 한다. 산중에 누가 찾아오는 사람 없어 뜰에 억새풀이 제멋대로 자라난 곳에도 우리는 괭이를 들어야 한다. 혹시 땅속에 숨겨진 돌멩이가 부딪혀 파란 불꽃이 일더라도 그것이 소망의 빛임을 믿어야 한다. 그 불꽃 속에 지금 눈에 들어오는 봄빛보다 더 환한 소망의 빛, 그곳에 우리의 숨겨진 보화가 있지 아니한가!

기독신문 www.kidok.com 2008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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