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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의 이유 / 손문식

누구나 그러하듯이 사노라면 자신을 반기는 무엇인가를 매일 접할때 삶의 의미를 찿게 되는 듯 싶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만족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을때, 비로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찿곤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가끔 우체통에 무엇이 왔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혹은 인터넷을 통해 오는 이메일이나, 혹 무엇인가를 주문했을 경우 간절하게 우체부를 기다릴때가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그렇게 우체통에 무엇이 왔는지 궁금해 한다.

일반 우편물 이상으로, 사이버상의 우편메일도 나로 하여금 늘 조바심 나도록 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행여나 잊혀졌던 친구에게서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나 하는 기대감도 있고, 우연히 어떤 좋은 소식이 하루쯤은 있을 법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그러다가 늘 반복되는 마켓 광고지 우편을 받게 되는 날이거나, 거의 스팸메일로 꽉차버린 인터넷 이메일을 열다보면 왠지 허전한 기분과 더불어 섭섭한 마음마저 들게 되는 것을 느낀다.

결혼생활이 3년째 되어 가는 나의 삶을 되돌아 보면, 역시 이것과 비슷한 무언가가 공통점을 갖게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결혼초기에는 한동안 아내와 여러문제로 다투고 싸운적이 많았다. 나의 완성되지 않는 삶의 모습속에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채워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볼때, 나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을 볼때면, 나는 늘 무언인가 공허하고 답답함마저 느꼈던 적이 많았다.

그러한 공허감은 어쩌면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마치 밑에 구멍난 항아리에 비유되지 않나 싶다. 늘 물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나의 삶속에 늘 무엇인가를 채우려고 할때 도리어, 남는것은 텅비어 버린 헐렁한 공간 뿐임을 보게 된다.
그러한 경험들을 할때면, 나는 나의 삶이 조금은 발전적으로 바뀌어져야 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공허함을 느끼는 시간이 오면, 나는 그러한 시간들을 통하여 생각나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짧은 편지를 쓰거나, 조그마한 선물을 보낼것에 대해서 궁리해 본다. 그렇게 나름대로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게 된다거나, 무슨 선물을 고를지 생각에 잠기면, 나는 어느새 나의 관심이 텅빈 우체통을 바라보기 보다는 생각나는 사람으로 내 생각과 마음이 모두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아내와의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바라기만 하던 삶은 항상 불만족스럽고 공허하기만 하다. 그러나 내가 직접 아내에게 섬기는 자세로 아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고 아내의 부족함을 내가 채우려는 자세로 나아갈때면 의외로 내안에 만족과 행복이 찿아 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공허함이란, 어쩌면 밑에 구멍난 항아리와 같이 삶의 모든 것이 “나”라는 것으로 가득찰때 도저히 채울 수 없는 빈 공간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나”라는 존재에서 벗어나 “남”이라는 존재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으로 부터 “나”의 삶이 채워진다면 구멍난 항아리의 구멍도 새지 않는 그 무엇으로 채워져 물을 부어도 새지 않고 가득히 담겨짐과 같이 인간의 공허함도 분명 남의 존재로 부터 나라는 존재로 채워질때 더이상 공허함이 아닌 만족함이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내 삶의 공허함을 이제 만족함으로 채우기 위해, 나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잠시 뒤 바꾸어 보려고 한다. 마치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 전에 그곳에 뚫린 구멍을 매우듯이, 나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관심을 이제는 아내와 이웃 사람에게로 돌려서 더이상 빈 우체통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 내 삶의 시간을 소비할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내가 보내야 할 선물은 무엇이고 또한, 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가 정성스럽게 적어갈 사연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살때, 어쩌면 나는 더이상 빈우체통으로 부터 오는 공허함이나 섭섭함에서 벗어나, 넉넉하고 만족한 그 무엇인가 늘 기대함으로 사는 그러한 인생의 여유를 갖게 될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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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인간에게 의미있고 값어치 있는 듯 싶습니다. 몇일전 수필부문 응모한편이 가작으로 뽑혀서 이렇게 나누고 싶어 올려둡니다. 아내에게 잘 해야지 하는 각오와 함께 저를 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4회 크리스챤 문인 협회 수필부문 가작 자작 수필 (2009/10/31)
출처 http://blog.naver.com/biolasam/1007299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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